[‘성완종 리스트’ 파문] 대선·대표경선 과정에 ‘성완종 돈’ 유입됐나

입력 2015-04-13 02:08 수정 2015-04-13 09:34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10일 창원시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일절 돈을 받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원을 건넸다고 밝힌 2011년 5∼6월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있기 직전이었다. 홍 지사는 이때 경선에 출마하며 1억2000만원을 기탁금으로 냈다. 통상 전당대회 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경우 거액 기탁금 외에도 선거사무실 운영비 등 들어가는 돈이 꽤 된다. 당시는 기탁금도 8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오른 상태였다. 홍 지사는 ‘안 받고 안 쓴다’는 원칙을 세워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개인 돈으로 기탁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는 기탁금 외에 선거자금으로도 1억1178만원을 썼다. 이 중 후원회 기부금은 1460만원에 불과했다. 경쟁자였던 다른 후보들은 선거비용을 1억원 넘게 후원회를 통해 모금했지만 홍 지사는 대부분을 개인 돈으로 충당했다. 홍 지사는 2010년에도 당 대표에 도전했던 터라 이미 상당한 자금을 사용했던 상황이었다. 특히 당시는 기존의 후원금 관행에 제동이 걸린 ‘청목회’ 사건 직후여서 후원금 모집도 상당히 위축돼 있었다고 한다.

홍 지사는 이듬해 3월 국회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전년보다 8500만원 줄어든 26억9200만원을 신고했다. 대부분 부동산이나 자동차 가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예금은 9억500만원에서 9억1500만원으로 다소 늘었다. 홍 지사 측 관계자는 “선거비용과 사용 내역은 이미 중앙선관위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1억원’ 폭로 직후 홍 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국 단위 선거에서 누가 ‘도와주겠다’고 하면 지역에서 알아서 하도록 한다. 나는 받지 않았다”고 말해 ‘배달사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성 전 회장이 ‘배달책’으로 지목한 경남기업 부사장 출신 윤모씨는 “검찰에 가서 모든 걸 말하겠다”며 조금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검찰은 경남기업 관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이 현금 1억원을 마련해 윤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의 폭로를 즉각 부인했다. 그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처음 밝힌 대로 내 이름이 왜 거기(메모)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인의 일방적인 주장 하나로 모든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고 했다.강준구 전웅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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