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리스트 파문이 불거진 지 이틀 만인 12일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파문 이후 박 대통령이 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관련 의혹이 계속 확산될 경우 어렵게 되찾은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의 동력이 다시 사그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언급이다.
◇리스트 정국, 조기에 정면 돌파 강한 의지=박 대통령은 오후 검찰이 성 전 회장 리스트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키로 한 직후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내놓았다. 검찰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한 대처”를 특별 주문한 것이다. 성 전 회장의 리스트 파문이 박근혜정부 출범과 직결되는 2012년 대선자금 의혹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면서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리스트에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 박근혜정부 1·2·3대 비서실장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는 등 그 파장이 심상치 않다.
특히 각종 의혹이 계속 불거지면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 올 상반기 핵심 개혁과제 이행에도 커다란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지난해 연말 정국을 강타한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 파문 이후 모처럼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는 시점에 터진 악재를 계속 방치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관망한 채 오는 16일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할 경우 여론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의혹 확산 대신 조기대응 가닥=박 대통령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제7차 세계 물포럼 개막식과 타지키스탄, 모나코 등과의 정상회담 도중에 이런 메시지를 천명했다. 박 대통령이 정상외교 일정 중에 국내 현안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그만큼 조속한 대응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연말 정윤회씨 의혹 파문이 불거졌을 경우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불필요한 의혹 양산을 방치하고 결과적으로 국정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에 대해선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 그런 만큼 이번 검찰 수사도 엄정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한 치 의혹도 없이 실체적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출국 전 다시 한번 엄정한 수사와 진상 규명에 대한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근거 없는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철저한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시 잔인한 4월? 청와대 노심초사=그럼에도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권력형 비리에서 자유로웠던 박근혜정부에 자칫 타격이 가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한창 경제 활성화에 ‘올인’해야 하는 시점에 돌발악재가 터져 난감하다는 시각도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세월호라는 아픔이 있었고 문건 파동이 터졌는데, 이제 다시 의혹들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 난감하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성완종 리스트’ 파문] ‘성역 없는 수사’ 강조 왜… 朴, 또 만난 국정태풍 ‘정면돌파’
입력 2015-04-13 02:08 수정 2015-04-13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