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심상찮은 민심에… “성역 없이 수사해야” 선긋기

입력 2015-04-13 02:47 수정 2015-04-13 09:20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김 대표는 “특검보다는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틀 만인 12일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만 있기엔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당장 코앞에 닥친 4·29재보선 전패는 물론이고 내년 총선에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도 이 의혹을 보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한때 친박(친박근혜)이었다가 이젠 비박(비박근혜)으로 분류되는 그가 주로 친박 인사들이 거론된 사건을 이처럼 단호하게 못 박은 점도 의미심장하다.

◇金 “특검보다 검찰 수사가 우선”=김 대표는 회견의 상당 부분을 검찰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당부하는 데 할애했다. “검찰의 명운을 걸고” “김진태 검찰총장의 명예를 걸고”란 표현이 여러 번 등장했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특별검사 도입에 대해선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논리로 반대했다. 대신 그는 “검찰에 외압이 없도록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책임지겠다”고 했다.

지난 10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가 공개됐을 때만 해도 새누리당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유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 대표는 11일 충남 서산의료원에 마련된 성 전 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의혹만 가지고서는 얘기할 수 없다”고 했었다.

그랬던 김 대표가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진상규명을 강조하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여기엔 주말을 거치면서 급격히 악화된 여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진상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경우 자칫 리스트에 등장하는 인사들을 비호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김 대표 측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증거라고는 고인이 남긴 메모지와 육성녹음 파일뿐이고 당사자들이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집권여당 대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입장표명”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서울 관악을 선거지원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2012년도 선거는 내 책임 하에 치렀다”며 “필요하다면 어떤 조사도 받겠다”고 했다. 야당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 대표에게 대선자금 실체를 밝히라고 요구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해법 못 찾는 여권=일단 김 대표가 급한 불은 껐지만 여권으로선 이렇다 할 대응책은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성 전 회장의 메모에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포함돼 있어 당정청 간 소통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사건 후 청와대와 연락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비서실장이 명단에 있어 이 문제를 상의할 수도 없고, 그런 상의는 없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오찬 간담회에서 “필요하면 특검이든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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