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순서를 잊었는지 봄꽃들이 이달 들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렸다. 동시에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의 봄꽃과의 전쟁도 시작됐다. 꽃가루와 급격한 일교차, 건조한 환경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알레르기 환자들은 벌써부터 아침부터 저녁까지 재채기에 이어 주르륵 흘러내리는 맑은 콧물과 코 막힘 증상 때문에 하루 종일 괴롭다고 호소하고 있다. 세계알레르기기구(WAO)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이사장 이혜란)가 매년 4월 셋째 주(13∼19일)를 알레르기 주간으로 지정, 알레르기 질환 예방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회에 따르면 봄의 전령, 봄꽃도 때로는 피하고 싶은 불청객일 뿐인 알레르기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무려 4억여명이나 된다. 우리나라도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 수가 2013년 기준 연간 6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 46만여명에서 30.4%가 증가한 숫자다.
코는 사람이 숨쉴 때 외부의 공기가 처음으로 인체와 접촉하는 기관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대기 중에 있는 꽃가루나 먼지, 집먼지 진드기, 동물의 비듬 등이 코로 들어왔을 때 발작성 재채기나 콧물, 코 막힘, 가려움증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기관지천식을 합병하기도 쉽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약 40%가 천식을 동반하고 천식 환자의 약 80%가 비염을 갖고 있을 정도다. 비염으로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이로 인해 코털이나 점막에서 걸러지던 꽃가루나 세균, 바이러스 등의 이물질이 기관지로 곧바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용주 교수는 “천식 증상이 없는 비염 환자도 검사를 해보면 ‘기도과민성’이 증가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비염 증상을 초기부터 잘 조절해 놓지 않으면 장차 천식으로 발전하기 쉽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알레르기 비염을 극복하기 위해선 무작정 증상 치료에 나서기보다 먼저 원인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사는 소량의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 등 항원)을 피부에 주입,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원인 물질을 알면 치료는 쉽다. 일상생활 중 그 물질을 회피하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이 문제라면 그 동물을 기르지 말고 특정 꽃가루가 원인이라면 꽃가루가 날리는 날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주의할 것은 봄꽃 중에서도 화려한 꽃이나 열매가 있는 식물이 아니라는 사실. 봄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인 꽃가루는 대부분 향기도 없는 평범한 풍매화(風媒花) 식물들이다. 가볍고 작아서 바람에 쉽게 날아가기 때문에 사람의 피부에 쉽게 닿고 코로도 쉽게 유입돼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4∼5월 중 꽃가루를 날리는 자작나무와 참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삼나무, 버드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참고로 쑥이나 돼지풀 같은 잡초들도 알레르기를 일으키지만 이 식물들은 주로 가을철에 문제가 된다.
따라서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당분간 외출 후 손발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하며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에는 창문을 닫아두는 생활이 권장된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정도광 원장은 “특히 매일 날씨와 미세먼지, 꽃가루 농도에 관한 사항을 체크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비염 증상이 심할 때는 적절한 약물을 처방받거나 코 점막의 예민도를 떨어트리는 치료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봄꽃 날리는 4월… 반갑다!, 알레르기 환자엔… 불청객!
입력 2015-04-14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