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 김보경, 개막전 ‘여왕’

입력 2015-04-13 02:03
김보경이 12일 롯데 스카이힐 제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8회 롯데마트 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 4번 홀에서 파 퍼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보경(29·요진건설)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비싼 레슨 한 번 받지 않고 거의 독학으로 프로선수가 됐다. 연습이 곧 스승이라고 믿는다.

12일 제주도 롯데스카이힐 롯데 골프장(파72·6187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인 제8회 롯데마트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김보경은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로 공동 2위 김혜윤(26·비씨카드), 이정은(27·교촌)에 3타 앞서 우승한 그는 통산 4승째를 올리며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획득했다.

2005년 프로 데뷔한 김보경은 2008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일궜다. 이후 5년 동안 우승 소식이 없다가 2013년 6월 초 E1 채리티오픈에서 당시 ‘슈퍼루키’ 김효주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상승세를 탄 김보경은 곧바로 열린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잇따라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대회와 같은 코스에서 2년 만에 다시 우승을 일군 셈이다.

3라운드부터 힘을 낸 김보경은 2위 그룹에 3타 차 앞서 최종 라운드를 맞이했다. 하지만 3라운드를 마친 뒤 컴컴해질 때까지 퍼팅연습을 하며 우승에 독기를 품었다. 퍼팅 연습장을 가장 늦게 떠난 선수가 김보경이었다고 코스 관리자가 귀띔했다. 퍼팅에 가장 자신이 있다는 김보경의 비결도 결국 이 같은 연습의 결과였다. 이날 초속 2.4m의 강한 바람과 우천에도 불구하고 김보경은 13번홀과 15번홀에서 10m에 가까운 먼 거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김보경의 우승 뒤에는 불편한 몸에도 함께 투어생활을 하고 있는 아버지 김정원(59)씨가 있다. 김씨는 딸이 프로에 데뷔한 뒤 11년째 캐디백을 메고 있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던 아버지는 두 차례나 심장 수술을 받아 건강이 좋지 않다. 수술 뒤 가게 운영이 힘들어지면서 딸의 캐디를 메기 시작했다. 김씨는 “연간 3000∼4000만원이 들어가는 캐디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뛰다 오랜만에 국내 투어에서 뛴 김효주(20·롯데)는 이날 11번홀이 끝난 뒤 경기를 포기했다. 김효주는 “체력저하와 컨디션 난조로 경기진행이 불가능하다”고 기권 사유를 밝혔다.

서귀포=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