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대포통장 뿌리 뽑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대포통장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자금 전달의 핵심 연결고리로 활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계좌의 금융거래 제한 범위가 넓어지고, 대포통장을 빌려준 이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 전망이다. 당국은 ‘피해방지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300만원 이상 이체할 때 일정시간이 지나야 인출할 수 있는 ‘지연 인출제도’를 확대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척결 특별대책’을 12일 발표했다. 지난 8일 ‘민생침해 5대 금융악(惡)’ 척결을 예고한 뒤 발표한 대책 1탄이다.
금감원은 금융사기 예방 차원에서 대포통장을 정조준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금융사기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자금의 이동경로를 차단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1년 이상 장기 미사용 계좌에 대해 텔레뱅킹이나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거래를 제한키로 했다. 즉 현재 은행 4곳(신한·국민·우리·하나)만 시행하고 있는 장기 미사용 계좌 1일 인출 제한(70만원)을 전 금융권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대포통장 관련자의 금융거래 제한범위도 개인계좌에서 법인계좌까지 확대 적용키로 했다.
대포통장 발급과 유통에 가담한 이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연 2회 이상 대포통장 명의자로 은행연합회에 등록하거나 대포통장임을 알고도 이를 빌려주면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금융질서 문란자로 관리할 예정이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금융질서 문란자가 되면 7년간 금융거래가 제한되고, 5년간 기록을 보존한다”며 “사실상 12년간 금융거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기범들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주겠다며 꾀는 현실에서 대책이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금융사들의 신속지급정지제도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전화상으로 이뤄지는 금융사들의 지급정지 요청 방식을 전산통보(은행연합회 공동전산망 활용) 방식으로 개선키로 했다. 금융사기범들이 자금을 여러 계좌로 나눠 인출하기 때문에 전화를 활용한 지급정지요청에만 최대 25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금감원은 현재 300만원 이상 이체할 때 10분간 인출하지 못하도록 한 시간 제한을 늘리고, 일정 금액 이상 인출 시에는 추가 본인 인증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대포통장을 신고하면 10만∼50만원을 지급하는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지급한도를 10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대포통장 꼼짝마” 1년이상 안쓴 계좌 인터넷뱅킹 제한… 당국, 금융사기 척결 대책
입력 2015-04-13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