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완종 리스트’ 수사 특검에 맡겨라

입력 2015-04-13 02:50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할 것을 검찰에 지시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한목소리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거기다 새정치연합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2012년 대선자금 실체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신 양당 모두 특검 수사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검찰은 문무일 대전지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과거 현직 대통령 측근 비리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폭발력이 큰 뇌관을 갖고 있다. 덮을래야 덮을 수 없는 권력형 비리 의혹이다. 문제는 현재의 검찰 조직이 과연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대통령 주변과 관련된 과거 여러 차례 검찰 수사는 단 한 번도 속 시원하게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다. 김대중정부 때의 이용호 게이트, 노무현정부 때의 측근비리, 이명박정부 때의 BBK 주가조작 사건 및 내곡동 사저매입 비리가 그것이다.

이들 사건은 예외 없이 특검 수사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성완종 리스트’는 지금 당장 특검 수사를 실시하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3명의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현직 국무총리, 시·도지사 등의 금품수수 의혹을 검찰에 맡겨서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검찰은 올해 초 청와대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때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을 전혀 규명하지 못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그만큼 어려운 법이다. 현 검찰의 핵심 라인이 리스트에 포함된 허태열·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인사위원장일 때 짜여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 수사에 신빙성을 기대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렸지만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새누리당이 특검에 소극적인 것은 청와대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박 대통령의 정치적 이미지가 땅에 떨어질 것이란 걱정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 이미지를 염려할 때가 아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신속하게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과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특검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면 검찰 수사로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초대형 태풍에서 조기에 벗어나지 못할 경우 경제 살리기와 국정 개혁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는 지난해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상설특검제를 도입했다. 별도의 특검법 제정 없이 여야 합의나 법무장관 요청만으로 특검을 실시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도 노무현정부와 성완종씨의 유착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특검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