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며칠 전부터 자살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을 잘 챙겨주라고 당부하거나 일출 시간이 몇 시인지 등을 물었다고 한다.
빈소를 찾은 경남기업 고위 관계자는 12일 “성 전 회장이 지난 6일부터 두 차례 ‘비서들을 잘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살 전날인 8일에는 비서들에게 “요즘 해뜨는 시간이 몇 시인가”라고 물었다. 이 즈음 현금 50만원도 직접 찾아 가지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은 평소 현금을 갖고 다닐 일이 없었다”며 “그땐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극단적 선택을) 준비하셨던 것 같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의 빈소에는 여당 정치인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성 전 회장이 도움을 요청해 왔지만 그의 기자회견이 있던 8일과 숨진 채 발견된 9일 사이엔 연락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메모지에 적힌 명단과 관련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예의 없는 질문”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인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분”이라며 “메모 내용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며 선을 그었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성 전 회장이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지 않았겠나. 이 부분에 대해 (검찰이) 설명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최고의원은 “돌아가신 분을 두 번 죽여서는 안 된다”고 짧게 답변했다.
야당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11일 빈소를 찾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마음에 여러 가지 말이 있지만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는 수준에서 말을 아끼겠다”고 했다.
서산장학재단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산장학재단은 성 전 회장이 고향의 인재양성 등을 목표로 1990년 설립했다. 김평산 부이사장은 “목숨과 맞바꾼 진실을 외면하는 위정자들의 양심에 경종을 울린다”고 말했다.서산=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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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파문] “성 前 회장, 전날 해뜨는 시간 물어… 자살 암시한 듯”
입력 2015-04-13 02:10 수정 2015-04-13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