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 도입된 ‘프리미엄 시내버스’(사진)가 쾌적한 실내 공간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리프(Leap) 버스는 지난달부터 운행되고 있다. 헤지펀드가 돈을 댔고 민간이 운영하는 버스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 중 하나인 마리나 지역에서 기술집약적 기업들이 몰린 시내 중심가까지 운행한다. 요금은 6달러(6600원)로 2.25달러(2500원)인 일반 버스에 비해 3배 가까이 된다.
이 버스의 좌석은 검은 가죽을 댔고, 좌석은 넓다. 버스 안에는 어지러운 광고가 전혀 없고, 벽에는 나무판자가 장식돼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준다. 무선통신용 와이파이와 노트북을 올려놓고 작업할 수 있는 나무 테이블도 있다. 승무원이 타고 있고, 그에게 부탁하면 주스나 아이스커피, 요구르트, 간단한 과자 등을 먹을 수 있다. 식음료는 유료다.
한 승객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버진아메리카(저가 항공) 비행기를 탄 것 같은 느낌”이라며 “일반 시내버스와 달리 지저분하지도 않고 붐비지도 않아 맘에 든다”고 말했다.
리프 버스는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통근을 하고 싶거나 이동 중 노트북 작업 등을 해야 하는 이들을 겨냥한 버스다. 서비스 개시 이후 다른 지역에도 운행해달라는 요청이 2000건 넘게 접수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프리미엄 버스가 기존 버스를 ‘가난한 2류 버스’로 만들어버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미국에서는 노숙인들이 일반 버스를 자주 이용해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적지 않았는데 비싼 프리미엄 버스가 노숙인들이 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차원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하지만 프리미엄 버스라 해도 택시나 자가용에 비해선 전혀 호사스럽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를 타면 통상 수십 달러 이상이 들고 자가용의 경우 하루 주차료만 30달러 정도에 이른다.
또 교통수단이 다양해질수록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아지고, 기존 버스에서 승객이 빠져나가면서 일반 버스 역시 붐비지 않게 돼 양쪽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비행기 탄 듯… 기내식 파는 美 럭셔리 버스
입력 2015-04-13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