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월호 후 불안한 청년세대 품어야”… 한국기독교윤리학회 ‘본회퍼 순교 70주년’ 학술대회

입력 2015-04-13 02:54
한국기독교윤리학회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 감리교신학대에서 ‘디트리히 본회퍼 순교 70주년 기념, 세월호 이후의 신학과 윤리’를 주제로 2015년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발표자들은 “한국교회가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끼며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안일(성락성결교회) 목사는 ‘본회퍼에 있어서 윤리적 사고의 발전에 대한 소고’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한국교회 상황을 본회퍼의 윤리적 사고에 대입해 풀이했다. 강 목사는 “본회퍼가 그의 옥중서신인 ‘윤리학’에서 다룬 ‘책임’을 한국교회가 붙잡아야 할 때”라며 “책임이란 오늘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름 앞에 곧바로 응답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쉽게 풀면 다른 사람을 위한 사랑과 책임”이라며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나 민중을 향해 알량한 동정심을 베푸는 정도가 아니라 교회 본질을 예수의 삶과 형상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신대 이동춘 교수는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한국교회의 태도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반성’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한국교회는 자신의 자리가 중심부가 아니라 주변부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교회는 고통 받는 타인이 곧 ‘나’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이러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국가권력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는 것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교회에 남겨진 숙제”라고 말했다.

감신대 이봉석 박사는 세월호 사건 이후 청년 사역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세월호 이후 청년사역을 위한 기독교 윤리학적 진단과 대안’이라는 발제에서 “지금의 20대는 무한경쟁 속에 불안과 긴장의 날을 보내고 있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가 자신들을 돌보지 않는다는 사실마저 확인했다”며 “한국교회에는 지금 이들을 충격에서 건져 새로운 희망 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사명이 주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교회가 청년을 위한 새로운 ‘대화와 담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회는 청년들이 성공하지 못해도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참 인간이 될 수 있음을 말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시호 박사는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중세 수도원에서 찾았다. 기독교가 로마 정부와 결탁하며 물량주의 세속주의로 빠질 때, 평신도들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의미로 시작한 수도원의 모습을 배우자는 것이다.

김 박사는 “중세 수도원은 예수님이 가르치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노력하고, 그것을 자신들의 삶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의 모임이었다”며 “정의를 외치는 일에 무관심하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사탄으로 내모는 한국교회가 수도원 운동을 통해 교회다운 교회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