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채 20여 일도 안 됐는데 한국시리즈처럼 경기를 치르는 팀이 있다. 한화 이글스다.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는 ‘한국시리즈식’ 투수 운영과 매 경기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면서 야구팬들은 한화의 경기에 열광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11일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선발로 안영명을 내세웠다. 구원은 유창식이였다. 이틀 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는 유창식이 선발, 안영명이 구원이었다. 선발로 유력했던 송은범은 전날 11회 연장에 마운드에 올라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선발 라인업이 따로 없는 변칙 운용이었다. 다음 경기에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였던 투수가 갑자기 중간 계투로 나섰고 의외의 자원이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마치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이나 한국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 단기전에서 선발은 경기에 먼저 나서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투수 교체를 하기 때문에 긴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의 개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한화의 입장에서는 매 경기를 한국시리즈처럼 치르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 마운드 운용에 과부하가 생길 수 있고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치 탈보트와 쉐인 유먼 두 명의 외국인투수만 정상 로테이션을 지키며 선발 출전하고 있을 뿐이다. 한화의 불펜 소화이닝은 49⅓이닝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김성근(사진) 한화 감독은 “‘없는 살림’에 모양새를 갖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김 감독이 한국시리즈 3번 우승이라는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도 김 감독의 지휘에 충실히 따르며 성과를 내고 있다. 안영명과 유창식, 송은범은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나서고 있다. 프로야구 개막 직후 등 부위 담 증세로 전력에서 빠져있던 배영수도 10일 선발로 나섰다. 타선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 11일 경기까지 한 번도 쉽게 이기거나 진 적이 없다. 연승도 없었지만 최다 연패도 이달 초 NC 다이노스에 2연패 한 것이 전부다.
패색이 짙은 경기에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한화의 모습에 야구팬들은 ‘마약 야구’라는 기분 좋은 별칭까지 붙여줬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이 대패를 한 경기는 많지 않다”면서 “현재의 어려운 팀 상황에서 한 경기, 한 경기 접전 승부를 잘 버텨내면 분명히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한화는 벌써 포스트시즌?… 야구팬들 ‘김성근 매직’에 열광
입력 2015-04-13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