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각 구장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찾아와 경기를 즐긴다. 실제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사 결과 2011년도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은 관중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9.2%나 됐다. 각 구단도 경기장에서 여심(女心)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성들이 좀 더 재미있고 쉽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규칙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최근 일부 구단은 직접 여성들을 찾아가 야구 규칙과 선수 소개 등을 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9일 각각 이화여대와 숙명여대에서 야구 특강 프로그램인 ‘야구인걸 2015’를 진행했다. 넥센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대생들에게 야구 기초지식과 전광판을 보는 요령에 대해 소개했고, 선수 소개와 야구장에서 표를 예매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넥센은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등을 돌아가며 강의를 이어간다.
LG 트윈스도 5월 중순부터 서울 지역 여대와 여고를 방문해 ‘여자가 사랑한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의 야구 특강을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장소 및 날짜는 추후 홈페이지에 게시할 계획이다. 신생구단 kt 위즈도 시즌을 앞두고 홈인 경기도 수원 지역 여학교를 돌면서 야구 설명회를 가졌다. 또 투구·배팅 체험 이벤트 실시했다. kt도 올 여름부터 지역 여대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경기장에도 초청할 계획이다.
여성들이 직접 야구를 할 수 있는 자리도 있다. 바로 구단이 후원하는 여자야구단에 가입하는 방법이다. NC 다이노스는 지난해 6월부터 W 다이노스라는 여자야구단을 지원하고 있다. 유니폼과 개인 장비와 가방, 헬멧 등을 제공하고 있다. 넥센도 양천구에 사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주부특공대를 만들었다. 넥센은 주부들에게 야구 기초 상식을 설명하고 배트를 잡고 공을 던지는 기술까지 가르쳐준다. 또 특별한 날을 잡아 주부들이 직접 시구도 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넥센 관계자는 “주부들이 야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가족간의 대화가 더 많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전했다.
◇“이벤트에 참여하자”=각 구단은 경기장에 찾아오는 여성들을 위해 한달에 한 번 가량 이벤트를 연다. 대표적인 게 두산 베어스의 ‘퀸스 데이’다. 두산은 매달 한 차례 열리는 퀸스 데이 때 여성팬들에게 입장권을 할인해주고 선착순 5000명에게 패밀리 레스토랑 식사권을 증정한다. 경기 종료 후에는 유명선수들과 포토타임도 가진다.
한 지붕 두 가족인 LG 트윈스도 ‘레이디스 데이’라는 것을 열고 있다. LG는 지난 주말 11일과 12일 양 일을 ‘레이디스 데이’로 정하고 잠실구장 내야 출입구 광장에서 뽑기를 통해 여성 팬들에게 헬로키티 인형 등 경품을 증정했다. 또 네일아트 체험 부스도 운영했다. 경기 전에는 고무줄을 착용하고 깃발을 잡는 게임을 진행해 우승자 1명에게 세부퍼시픽 항공권을 선물했다. 롯데 자이언츠도 LG와 같은 이름의 이벤트를 매달 진행하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매 수요일 홈 경기가 열릴 때마다 ‘우먼스 데이’라는 이벤트를 연다. 경기 전에는 1루 1층 복도에 특별 부스를 설치해 여성 관람객들에게 네일아트와 헤어케어 무료 체험을 제공한다. 또 경기 중에는 여성 참가자들이 고음 대결을 펼쳐 승리한 관람객에게 경품을 증정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 걸스 데이’(가칭)를 준비 중이다. 경기장에 찾아온 여성 팬들을 위해 피부, 헤어, 미용, 네일아트 등의 이벤트 부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프로야구 흥행의 성패는 ‘여성’=각 구단이 여성 마케팅을 활발히 벌이는 이유는 관중 수 증가와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 팬들이 승부 자체에만 신경을 쓰는 반면 여성 팬들은 야구 관전을 놀이 문화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여성 팬들은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까지 야구장으로 유인하는 흡인력이 매우 크고, 마스코트·의류 등을 구입하는 비율도 남성 팬보다 월등하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두산 관계자는 “의류 등 협력업체 조사를 해 봤더니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야구장에서 배가량 더 돈을 많이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넥센 관계자도 “집안에서 경제권을 가진 여성이 야구를 좋아할 경우 그 가족은 모두 야구팬이 된다”고 전했다.
KBO도 여성 팬의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이다. KBO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미디어데이 행사를 이화여대에서 열었다. KBO 관계자는 “야구가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 여성팬의 참여가 더욱 높아졌다”면서 “더 많은 여성이 야구장을 찾아오면 올해 사상 첫 800만 관중 돌파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야구에 빠진 女心 더 유혹하는 구단… 각 구단·KBO, 여성 팬 잡기 이벤트 다양
입력 2015-04-14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