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한국의 메디치

입력 2015-04-13 02:10

2005년 5월 24일 서울 삼성의료원 장례식장. 전날 타계한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유해가 운구 되자 장례식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유가족과 그룹 관계자들만이 아니라 그의 후원을 받았던 젊은 음악도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지난 4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는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연주회가 열렸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3월 27일∼4월 5일)가 오랜 후원자이자 통영국제음악당 건립에 기여한 박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마련한 것이다.

이날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등 금호영재 출신의 스타 연주자들이 추모음악을 연주했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 회장들 가운데 누구도 박 명예회장처럼 진심어린 존경을 받은 사례는 없을 것이다.

박 명예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총수로서 아시아나항공 설립 등 그룹의 제2 창업을 주도하며 세계적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그를 지금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클래식을 비롯해 문화예술의 발전에 헌신했던 ‘한국의 메디치’였다는 점이다.

박 명예회장의 타계 이후 문화예술계에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후원을 중단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다소 줄긴 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클래식을 중심으로 후원을 계속해 왔다. 클래식 영재를 발굴해 장학금 및 연주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면 악기도 대여해주는 ‘금호영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클래식 콩쿠르를 휩쓰는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대부분 금호영재 출신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 명예회장의 동생으로 지난 2월 한국메세나협회장에 취임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메디치’ 가문이라는 영예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외에 또 다른 ‘한국의 메디치’ 가문이 나오길 기대한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