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 자판기’. 어느새 신생팀 kt 위즈를 부르는 말이 됐다. 다른 구단들의 승수를 쌓아준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다소 불명예스러운 별명이었다. 야구팬들은 kt와 경기하는 팀을 두고 “폭탄을 들었다”고 표현했다. 폭탄이 터지는 것은 바로 kt가 ‘창단 첫 승’을 올리는 것을 의미했다.
1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도 넥센 히어로즈가 들고 있던 ‘kt 첫 승’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넥센은 선발 한현희의 호투에 힘입어 6대 0 완승을 거뒀다. kt는 넥센에 1승을 챙겨주며 신생구단 개막 연패 기록을 ‘11’로 만들었다.
조범현 kt 감독은 팀의 문제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공·수 모두 문제였다. 전날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조 감독은 “선발투수는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필요가 있다”며 “타자들은 득점 찬스에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질책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kt는 조 감독이 지적한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선발 앤디 시스코는 4이닝 동안 4안타와 볼넷 3개로 4실점해 승리 없이 3패째를 당했다. 안타를 치고 출루한 타자들은 후속 안타가 터지지 않아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조 감독조차 “타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있다. 좀 더 악착같은 마음을 갖고 해야 한다”고 했다. kt와 넥센의 안타수가 각각 5개, 6개로 한 개 차이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반면 넥센으로선 kt와의 만남이 부담인 동시에 기회였다. kt만큼 절박하지는 않았지만 넥센도 3승 6패로 10개 구단 중 9위였다. 2011년 8위로 최하위를 기록한 이후 오랜만에 받아든 절망적인 성적표였다. 더구나 전날 두산과의 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서건창 때문에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서건창은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확진을 받았고 적어도 3개월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화력이 약해진 넥센으로선 지난 시즌 전인미답의 200안타 고지에 올라선 서건창의 공백이 클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선발로 나선 한현희가 7이닝 동안 탈삼진 14개를 잡으며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2012년 데뷔 후 첫 선발승도 올렸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에선 LG가 맏형 이병규의 스리런포를 앞세워 5대 2 역전승을 거뒀다. SK는 NC다이노스를 3대 2로 꺾고 6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연장 11회말 박해민의 끝내기 안타로 KIA 타이거즈를 4대 3으로 물리치고 4연승을 거뒀다. 롯데 자이언츠도 연장 11회말 터진 장성우의 끝내기 투런포로 한화 이글스를 10대 9로 꺾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프로야구] 11연패… kt 첫승 폭탄 또 불발
입력 2015-04-11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