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가 박근혜정부의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에 여권 실세 8명의 이름과 액수가 적힌 메모가 나오자 정국은 올스톱됐다. 특히 여권은 발칵 뒤집혔다. 거론된 인사들이 하나같이 다 거물이기 때문이다. 여권은 숨 죽인 채 사건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성 전 회장이 현 여권 핵심과는 거리가 있었다”면서 ‘선 긋기’를 시도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또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도 시끄럽기만 했지 별로 드러난 게 없었다”면서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여권에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번 사건이 여권에 초대형 악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짧게는 4·29 재·보궐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멀리는 내년 4월 총선과 내후년 대선까지 의혹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 높다. 공무원연금 개혁, 경제 활성화 입법 등은 줄줄이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 여권의 도덕성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현직 인사 3명의 이름이 모두 메모에 기재된 것은 큰 충격이다. 메모에 적힌 내용 중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박근혜정부가 엄청난 위기에 빠져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4·29재보선 지원을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가 비행기편으로 급히 상경했다. 김 대표는 “(4·29재보선에) 파장이 오지 않도록 당의 확실하고 선명한 노선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성 전 회장의 메모가 일방적인 주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차분히 대응키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성완종 리스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았다. 성 전 회장이 자신의 구명을 위해 여권 실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다른 핵심 인사들이 추가로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될 경우 여권은 그야말로 ‘아노미’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또 메모에 등장하는 여권 실세 8명 중 홍준표 경남도지사만 빼고 모두 친박(친박근혜)이라는 점에서 미묘한 계파 갈등 조짐도 엿보인다. 친박계와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은 성 전 의원이 서로 상대방 측과 연관이 있었다며 ‘떠넘기기’를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친이계 정병국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잘못된 기획수사는 또 다른 우를 범할 수 있고 그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초·재선 국회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소속 의원 6명은 “검찰은 즉각 수사하고, 관련자들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성 전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충청권의 마당발’이었다는 점에서 야당 인사의 이름이 툭 튀어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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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1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