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에 대한 논란을 일단 정리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고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국민감정이 격화돼 있는 민감한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해 3각 협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사드 배치 논의는 다음으로=논란이 됐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는 게 두 장관의 설명이다. 카터 장관이 취임 후 한국 국방부 장관과 가진 첫 회담에서 양국 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이 사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한국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드 문제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노골적인 반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도리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카터 장관이 한반도 안보를 위해 투자가 필요한 점을 강조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최신 무기류를 배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사드를 포함해 다양한 공격 및 방어용 무기체계를 투입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후 논의할 여지를 열어 놓은 것이다.
◇한·미·일 3각 협력관계 중요=카터 장관은 한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하지만 얼어붙은 한·일 관계와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를 한국이 불법점령하고 있다고 수록하는 등 일본의 도발에 격앙돼 있는 한국 상황을 감안,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카터 장관은 한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일 관계를 “조용하고 신중하게 진전시켜야 한다”며 “(한·일 양국은) 역사를 존중하고 미래를 설계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역사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 카터 장관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8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협력의 잠재이익이 과거의 긴장과 현재의 정치보다 중요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는 한·미·일 3국 군간 정보공유협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 과거사안을 언급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협력관계 강화의 일환으로 지난 4년간 열리지 않았던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전보장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갖는 문제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 협조=카터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와 아시아 역내 평화를 위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직접 관리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마국의 아시아·태평양재균형 전략은 한반도의 평화와 역내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양국은 중국을 겨냥해 영토분쟁의 군사화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카터 장관은 중국과 일본이 영토분쟁 중인 남지나해에 대해 “영토분쟁의 군사화는 잘못된 것”이라며 “다자적·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미국이 일본, 한국, 필리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강압적이지 않고 군사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확고한 대북 억제력 강조=양국 장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공동대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장관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위협에 포괄적인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고, 카터 장관도 “미국은 한국에 대한 연합방어에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화답했다. 카터 장관은 미 국방부 장관으로선 처음으로 천안함 선체를 관람하고 헌화했다.
양국은 이달 중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공동대응하는 통합회의체를 출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카터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은 천안함 피격과 관련, 우리와 국제사회의 명확한 조사 결과 제시에도 자신들의 소행을 아직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인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결국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동북아 지역의 안보와 평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공식적 논란 피하기? 사드 한반도 배치 논의 없었다… 한·미 국방 무슨 얘기 나눴나
입력 2015-04-11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