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스피킹 인 텅스’ ‘데스트랩’ ‘M. 버터플라이’ ‘레드’.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공연중이거나, 조만간 개막할 예정인 네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영미권에서 크게 히트했던 완성도 높은 연극이다. 그리고 극단에서 프로듀서시스템으로 무게중심이 바뀐 연극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제작사들이 만든 작품이라는 점이 같다.
배우 조재현이 대표로 있는 수현재컴퍼니의 ‘스피킹 인 텅스’(5월 1일∼7월 19일 수현재씨어터)는 1996년 호주 시드니 초연 후 영미권에서 자주 공연된 인기작으로, 현대인의 소통문제를 다루고 있다. 2009년 런던 웨스트엔드 재공연에는 인기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존 심이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공연이 초연이다.
‘데스트랩’(4월 25일∼6월 28일 DCF대명문화공장)은 배우 김수로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아시아브릿지컨텐츠가 만든 것으로, 지난해에 이어 앙코르 공연이다. 유명 극작가가 제자의 희곡을 훔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코미디다. 1978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지금도 공연되고 있으며, 지난해 한국 초연에서도 전체 객석 점유율 85%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다.
연극열전의 ‘M. 버터플라이’(4월 11일∼6월 7일 두산아트센터)는 2012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공연이다. 중국에 파견된 프랑스 외교관의 치명적인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국내 초연 당시 마니아 관객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형서점의 희곡 원서가 절판되는 이슈를 낳기도 했다.
화가 마크 로스코의 삶을 소재로 한 신시컴퍼니의 ‘레드’(5월 3∼31일 충무아트홀)는 2010년 미국 공연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토니상의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한 수작이다. 앞서 2011년과 2013년에도 국내 무대에 올랐다. 3월 23일∼6월 28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규모로는 국내 최초의 마크 로스코 전시회와 맞물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네 작품은 대형 제작사가 만든 만큼 많은 제작비와 지명도 있는 배우를 캐스팅한 게 특징이다. 연극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이지만 이 작품들에는 관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로의 가난한 극단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연극열전의 허지혜 대표는 “민간 제작사들의 경우 흥행에 실패하면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작품을 까다롭게 선택한다. 외부에선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절박하다”면서 “극단들의 경우 형식적 실험에서 오는 연극적 재미를 찾을 수도 있지만 제작사들은 일반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느냐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결국 작품 완성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희곡에 따라 제작 여부가 결정된다”고 했다.
장지영 기자
‘블록버스터 연극’ 줄줄이 무대에… 데스트랩·M버터플라이·레드 등 4편
입력 2015-04-13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