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초청, 남화연 개인전 ‘시간의 기술’

입력 2015-04-20 02:06
‘개미시간’(27.5×34㎝). 사진 다큐멘테이션, 2014년작. 개미의 이동시간을 실로 표시한 것으로 속도 지상주의의 사람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개미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과 어떻게 다를까.

그게 궁금해 독일 베를린 자택 인근 공원에서 쭈그리고 앉아 개미를 관찰했다. 움직임을 추적하며 90㎝ 길이의 실로 궤적을 표시해 사진을 찍었다. 중견 작가 남화연(36)의 개인전에 나온 작품 ‘개미 시간’은 말하자면 개미의 퍼포먼스이자 기록적 사진인 셈이다.

남화연은 김아영(36), 임흥순(46)과 함께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의 국제전(본 전시)에 초청됐다. 한국 작가가 본 전시에 초청된 건 6년 만이다. 남화연은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탓에 국내에는 덜 소개 됐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 ‘시간의 기술’은 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자리다. 총 5편의 영상·사진 작품은 퍼포먼스적 특성에 기반했다. 새 소리를 사람이 흉내 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그러하다. 실존하지만 경험하기 어려운 시공간을 인식하고, 측정하고, 시각적으로 풀어낸 작업들이다.

작품 ‘코레앙 109(Coreen 109)’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Coreen 109’라는 레이블로 분류되어 있는 우리 문화재 ‘직지심체요절’을 다룬다. 이제는 프랑스 소유가 된 이 문화재에 대해 열람을 요청했지만 실물 책을 보는 기회 대신 인터넷 아카이브 링크만 이메일로 잔뜩 되받았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개항기 프랑스 공사 플랑시가 가져간 책이 소장가가 바뀌고 국가에 기증되기까지 사연 등을 영상에 담았다. 작가는 “사진 이미지(풋티지)를 연결해 만든 영상이라는 점에서 풋티지의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며 “경험이 부재한 기억을 소유하는 게 가능한가 묻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 세계 지층에는 자본주의적 욕망에 대한 비판이 숨어 있다. ‘난초 유령’은 19세기 중반 유럽에 불었던 희귀 난초수집열을 소재로 했다. ‘개미 시간’은 속도 자체가 물신화되어가는 우리 시대를 곱씹게 한다.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에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6월 28일까지(02-760-4608).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