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靑 “영향력 행사 요청 거절 탓”

입력 2015-04-11 02:48
청와대는 10일 사망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에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거론되자 적극 해명하면서 대응했다. 당초 일부 언론에 허태열·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 관련 보도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대응하지 않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청와대는 오후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이 실장의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이 언급된 것은 성 전 회장의 금품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고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2대 비서실장인 허·김 전 실장의 공식 입장 역시 청와대를 통해 나왔다. 청와대는 두 전임 비서실장이 현재 청와대에 몸담고 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직접 사실관계를 파악할 상황이 아니라고 봤으나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 아래 적극 대응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일단 숨진 성 전 회장의 일방적 주장인 만큼 불필요한 의혹이 양산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팽배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금품전달 주장을 내놓은 분은 돌아가신 상황이라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 파문에서 벗어나 모처럼 박근혜정부 3년차 개혁과제 추진에 매진하는 시점에 터진 돌발 악재가 또다시 국정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박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이후 원활한 소통 행보 속에 국정 드라이브에 한껏 탄력이 붙는 상황인데 다시 어려운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여기에는 지난해 문건 파동 당시 불거졌던 여러 의혹이 검찰 수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결론났지만 그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은 물론 국정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폭로의 당사자인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인 데다 야당이 보도 내용을 근거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경우 2007년 대선 경선 전후 자금전달 의혹을 둘러싼 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로선 부담스럽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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