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당일 중남미 순방, 외교일정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靑, 고심 속 결정

입력 2015-04-11 02:52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오는 16일에 맞춘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 출국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국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외교일정에 따른 것이고 고심 끝에 나온 결정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야당, 일부 여론의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심 끝에 16일 출국 결정=청와대는 당초 4월 중순 이후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일정을 짜면서 방문국들과의 조율을 통해 세월호 1주기가 지난 오는 18일을 출국일로 잡았다. 방문국도 페루와 칠레, 브라질 3개국이었다. 그러다 올해 초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직접 친서를 보내 방문을 요청한 뒤 조율을 거치면서 방문국은 4개국으로 늘었다. 우리 측은 이후 4월 말 콜롬비아 방문 일정을 잡고 의사를 타진했지만 콜롬비아 측이 자국 일정을 들어 난색을 표했고, 대신 15∼17일 방문을 적극 요청했다.

청와대는 많은 검토 끝에 박 대통령의 출국일을 16일로 잡았지만 이날이 세월호 1주기라는 점을 들어 많은 고심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실별로 여러 의견이 나왔고 많은 토론과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세월호 유족들과 야당의 비판, 민심 등을 감안해 출국 날짜를 늦춰야 한다는 얘기들도 많이 거론됐다. 하지만 결국 여러 여건을 감안한 끝에 16일로 결정됐다. 콜롬비아가 중남미 3대 경제대국 중 한 곳이고, 특히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6·25전쟁 참전국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순방 출국 전 세월호 1주기 추모 일정을 소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

◇박 대통령 추모 일정은 어디?=박 대통령은 세월호 1주기 추모 여론과 유가족 정서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진정성 있는 추모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1주기 일정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경기도 안산에서 열리는 세월호안산시민대책위원회 주최 합동분향식에 참석하는 방안이나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단원고를 방문하는 방안, 사고 현장인 진도 팽목항을 찾는 방안 등 여러 안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대통령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안전처가 주관하는 ‘국민안전다짐대회’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중남미 4개국 순방 의미는=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일정은 16일에서 27일까지 이어지는 9박12일의 강행군이다. 박 대통령이 중동 방문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순방지로 중남미를 선택한 것은 ‘제2의 중동 붐’에 이어 우리의 경제 영역을 중남미까지 넓히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