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지원국 명단서 곧 ‘쿠바’ 뺀다

입력 2015-04-11 02:42
존 케리 미 국무장관(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미주기구 정상회의가 열리는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을 만나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조만간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으로 보인다.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는 미국과 쿠바가 진행해 온 국교 정상화 협상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이 문제가 해결되면 협상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자메이카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포르티아 심슨 밀러 총리와 양자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쿠바 테러지원국 해제 관련 질문에 “국무부가 검토 작업을 끝낸 뒤 그 결과를 백악관에 보내왔다”면서 “백악관 관계부처 합동팀에서 전 과정을 다시 한 번 검토하고서 나에게 최종 권고안을 보내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 노력에 깊이 관여해 온 상원 외교위원회의 벤 카딘 의원은 “국무부가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하는 것을 권고했다”면서 “수개월의 기술적인 검토 끝에 나온 이 결정은 쿠바와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는 우리의 노력에서 중요한 전진”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10일부터 이틀간 파나마에서 열리고 있는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처음으로 만나는 시기에 테러지원국 해제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공식 회담 일정은 잡혀 있지 않지만 정상회의 기간에 어떤 형식으로든 두 사람이 따로 대화할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그동안 테러지원국 해제 여부는 국교 정상화 협상과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쿠바는 테러지원국 해제를 국교 정상화를 위한 선결 과제라고 주장해 왔다. 현재 이란과 시리아, 수단 등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으며 북한은 2008년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런 가운데 과거 냉전시대의 앙숙이었던 미국과 쿠바의 외교수장이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회동했다. AFP통신은 OAS 정상회의 참석차 파나마를 방문한 존 케리 국무장관이 9일 저녁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만났다고 전했다. 국무부 트위터는 양국 외교수장이 카메라를 보며 악수하는 사진을 올렸다. 양국 외교수장이 만난 것은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권력을 잡기 1년 전인 195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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