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완종 리스트’ 진실 규명에 소홀함 없어야

입력 2015-04-11 02:21
정치권에 금품을 뿌린 정황이 담긴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이 리스트에는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8명이 거명돼 있다. 여권 실세들이다. 6명은 액수도 적혀 있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적은 메모다. 검찰은 성 전 회장 시신을 검안하는 과정에서 옷 주머니에 있던 쪽지를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리스트가 정국 최대 이슈로 부각되면서 메가톤급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선 김기춘 허태열 전 실장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이와 관련한 육성 녹취 파일도 공개됐다. 2006년 9월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건넸고, 2007년 허 전 실장에게 현금 7억원을 줬다는 내용이다. 일방적 주장이지만 시점과 장소까지 특정됐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이에 김·허 전 실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죽음을 결심한 사람이 거짓을 말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이번 의혹은 그냥 뭉갤 일이 아니다.

실체적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검찰이 전면적인 수사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죽은 권력을 겨냥하는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 못지않게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해서도 정의의 칼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표적수사’니 ‘기획수사’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성 전 회장은 자신이 표적 대상이 됐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한 뒤 세상을 떠났지 않았는가.

금품을 제공했다는 당사자가 이미 고인이 돼 사실 여부 확인이 쉽지 않으나 사안이 중대한 만큼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연루자들이 부인할 게 뻔하고 공소시효 문제도 있겠지만 그런 형식적인 논리로 유야무야 덮으려 하다간 불신만 얻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치적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국민은 진실만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