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역사적인 타결을 이룬 이란 핵협상이 ‘디테일(세부 사항)’을 놓고 삐걱거리고 있다. 협상 타결의 핵심 조건인 제재 해제를 놓고 이란과 미국의 입장차가 분명해지면서 오는 6월 예정된 최종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9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연설에서 “핵협상 최종 합의가 이뤄지는 즉시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메네이가 공식석상에서 핵협상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하메네이는 핵협상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며 평가를 유보했으나 최종 합의와 함께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이어 군사기지는 국제사회의 사찰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포르도 등 이란 핵시설 일부는 군사기지 내에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핵협상을 지지해 온 하메네이의 이 같은 언급이 ‘이란 내 보수파의 반발을 달래려는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면서도 최종 합의에 난관을 예고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통해 이란의 합의 준수 여부가 확인돼야 이란 제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프 래스키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 대행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종 도출된 공동의 포괄 행동계획에 따라 이란 측이 어떤 조건을 만족시켰다는 검증이 이뤄졌을 때 이란에 대한 제재가 단계적으로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재의 중단이나 완화 절차는 이란이 중요한 절차를 완료하고 브레이크아웃 타임(1개 핵무기 제조에 활용될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시간)이 적어도 1년 이상으로 늘어난 뒤에야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7일 NPR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악마는 디테일 안에 있고, 우리는 앞으로 두세 달 동안 매우 힘든 협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해 양국 간 세부사항에 대한 이견이 핵협상 최종 합의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했다.
이종선 기자
美·이란 핵협상 ‘삐걱’ ‘디테일의 악마’ 고개들다
입력 2015-04-11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