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택시기사 이모(33)씨는 주변에서 ‘600만원의 사나이’로 통했다. 동료 기사들이 한 달 평균 150만원 정도를 벌어가는 데 비해 그는 회사에 사납금을 내고도 매달 600만원 안팎을 챙겨 갔다. 손님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단골을 만들었고, 만화 캐릭터를 넣은 ‘타요 버스’가 인기를 끌자 서울시에 ‘뽀로로 택시’를 제안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이씨의 수입원은 따로 있었다.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신호위반 차량이 눈에 띄면 일부러 달려들어 사고를 냈다. 상대 운전자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들이밀며 “교통 법규까지 위반했으니 가중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사고는 대부분 합의 처리됐다.
이씨는 이런 방법으로 25차례에 걸쳐 4000여만원의 합의금과 보험금을 챙겼다.
젊고 유능했던 이씨가 상습 사기꾼으로 전락한 배경에는 불우했던 어린시절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잃고 외롭게 컸다. 간질로 장애 5급 판정까지 받았다. 지병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말과 행동이 느렸다. 가정 형편까지 안 좋아 오랫동안 놀림과 따돌림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부러 사고를 내면 상대 운전자에게 큰소리를 칠 수 있어 어릴 때 놀림당한 부분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범행은 사고 기록이 너무 많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 수사관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상습사기 혐의로 이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월 600만원 벌이 택시기사 알고보니 사기꾼… 교통위반 차량 골라 고의 사고
입력 2015-04-11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