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서울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이 개통되었다. 서울의 동서를 빠르게 연결하는 급행 지하철 개통이라는 의미보다 혼잡률 237%라는 지옥철이라는 불명예를 갖게 되었다. 승객수요에 비하여 수송공급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 급행열차를 선호하는 승객수요가 많아 현행 열차운행 방식(4량 편성, 144량 운행)만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금 추가 차량을 요청하더라도 1년 이상이 걸려 상당기간 9호선 승차대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무료버스, 안전요원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사실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론매체들은 수요예측 오류를 원인이자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잘못된 사실인식에 근거한 보도이다. 2005년 수행한 ‘서울지하철 9호선 2단계 건설사업 예비타당성조사’는 1단계 개통 수요예측이 목적이 아니라 2단계 개통 시 수요예측과 예비타당성 분석이 주요 내용이었다. 1단계 구간에 대한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승차장 설계 그리고 차량운행 계획은 2005년 이전에 이미 결정되었다. 2011년에 수행한 ‘도시철도 9호선 2, 3단계 교통수요 조사연구’에서도 186량 차량운행 계획을 제시하였다. 2011년 보고서대로 차량 구매와 운행이 실행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혼잡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혼잡대란의 근원적 원인은 승객수요 예측 오류가 아니라 차량공급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차내 혼잡률이 이미 200%에 근접했던 2012년에 증차가 추진되었어야 했다. 2013년 당시 민자사업자인 맥쿼리와의 요금인상 논란, 2단계 구간 차량 추가구입 예산지원에 대한 중앙정부와의 논란에 얽혀 있어서 차량공급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먼저, 지하철 9호선에 운행 가능한 추가차량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는 수년 내에 상호직결 운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선로시설은 상호직결 운행을 할 수 있도록 건설된 상태다. 그러나 지하철 9호선은 직류방식, 공항철도는 교류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단기간에 상호열차운행은 어려운 형편이다. 혼용방식 차량을 공급하기 전까지 공항철도 여유차량의 일부를 지하철 9호선 비급행차량 편성으로 운행하는 방안을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차량공급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한 배경에는 근원적으로 예산부족이 도사리고 있다. 맥쿼리와의 요금인상 갈등 그리고 2단계 차량구입 예산 지원 논란 모두 예산과 관련된 문제다. 공공성이 강한 교통서비스라 할지라도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요재원을 세금과 공공지원에 의존하는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통시설의 건설, 유지보수 및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계속 감당하기 위해서는 현실적 예산마련 방안이 필요하다.
지하철 9호선은 건설과 운행에 있어 우리나라 도시철도 최초로 급행열차 운행방식을 도입한 노선이다. 승용차보다 빠른 대중교통 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승용차로부터 대중교통으로 수단전환이 이루질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9호선 급행열차는 무료 환승,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운영 등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질 높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부담원칙에 바탕을 둔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교통요금정책 실행이 필요하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기고-오재학] 지하철 9호선 문제 대처법
입력 2015-04-11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