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노히트노런, 테임즈 사이클링 히트 '용병天下'

입력 2015-04-10 03:00
하루새 프로야구에서 노히트 노런과 사이클링 히트라는 대기록이 동시에 나왔다. 9일은 외국인 선수의 날이었다. 두산의 유네스키 마야가 역대 12번째 노히트 노런을 작성했다. 그리고 곧바로 NC 강타자 에릭 테임즈가 역대 17번째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이 됐다.

◇미운 오리새끼의 설움 날려버린 마야=서울 잠실구장에서 넥센을 상대로 노히트 노런 피칭을 선보인 마야는 사실 뛰어난 투수는 아니었다. 지난해 7월 크리스 볼스테드를 대신해 연봉 17만5000달러(약 1억9000만원)라는 비교적 헐값에 한국 무대를 밟았다. 지난해 성적도 11경기에서 2승4패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 LG와의 경기에서 상대 양상문 감독에게 욕설했다는 논란을 일으키고는 이튿날 바로 사과하기도 했다. 경기 내·외적으로 그리 특출하진 않았지만 마야는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좋은 구위와 한국 야구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올해 6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그런 설움 때문이었을까. 마야는 자신의 한계투구인 115개를 넘어 무려 136개의 공을 던졌다. 특히 그는 마지막 타자 유한준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마운드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포효했다. 이어 글러브를 하늘 위로 던진 뒤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과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마야는 “매 순간 힘들었는데, 마지막 회에는 온 힘을 다해서 던졌다. 어디서 힘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많은 순간이 떠올랐다. 노히트 노런은 매일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고 나서는 많은 순간이 떠올라서 눈물밖에 안 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히트 노런으로 그간의 설움을 날리려는 의지도 매우 강했다. 김 감독은 “너무 많은 공을 던져 교체를 위해 8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갔지만 마야의 눈을 보고 도저히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어깨를 두들겨주고 내려왔다”고 전했다. 때마침 이날 경기 시구는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을 챔피언으로 이끈 로버트랜디 시몬이 했다. 시몬은 마야와 같은 쿠바 출신으로 절친이다. 마야는 “시몬이 온 건 매우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면서 “시몬이 마운드에서 한번 안아주면서 ‘넌 공격적인 피처고, 쿠바에서 했던 것처럼 하면 잘 던질 수 있다’고 한 게 큰 힘이 됐다”고 소개했다.

◇‘승리 요정’ 테임즈, NC 6연승의 주인공=2년째 한국무대를 밟고 있는 테임즈는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포함, 모든 종류의 안타를 때리는 사이클링 히트에 성공했다. KBO리그 통산 17번째, 외국인 선수로는 2001년 5월 26일 매니 마르티네스(삼성) 이후 2번째다.

테임즈는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통산 181경기에서 타율 0.250과 21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2013년부터 NC에 와선 나성범, 이호준과 함께 ‘나이테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해 신생팀인 NC가 1군 입성 2년차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활약을 펼쳤다. 작년 37홈런, 121타점으로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화력을 자랑했다. 이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올 시즌 100만 달러를 받고 NC와 재계약에 성공한 테임즈는 더 화끈해진 방망이로 2년차 생활을 하고 있다.

작년에도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했지만 올해 근육을 더욱 우람하게 단련해 방망이 힘을 배가했다. 홈런을 칠 때마다 팀이 승리한다는 공식을 써나가 NC의 ‘승리 요정’이 됐다. 홈런은 6개로 단독 1위다. 덕분에 NC는 KIA를 4대 2로 꺾고 파죽의 6연승을 거뒀다. 테임즈는 특히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포수 김태군과 함께 턱수염 세리머니를 펼치는 등 팀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테임즈는 “믿을 수가 없다. 내가 해냈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