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나일본부說 기정사실화 시도에 제동 필요성

입력 2015-04-10 03:03
우리 정부가 이례적으로 이완구 총리발(發) 대일(對日) 비판 메시지를 던진 것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학계에서조차 역사 왜곡이라고 평가절하된 ‘임나일본부’설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호(號)가 기정사실화하려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 수위가 조용히 두고 볼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 총리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서두에 “총리로서 오늘 (일본의 임나일본부설 기정사실화) 보도를 접하고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며 “오늘은 꼭 사실에 입각한 역사적 사실을 말씀드리려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1500∼2000년 가까이 지난 과거사를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분명히 역사 왜곡”이라고 했다. 외교부도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통해 공식적인 유감과 시정 요구 계획을 피력했다.

이처럼 정부가 전방위적 대응에 나선 것은 좋지만 이 총리의 발언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도 상당하다. 이 총리가 정제된 언어로 일본의 역사 왜곡에 경고장을 던지는 대신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며 간접 비판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그는 자신이 충남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과 도지사직을 그만둔 뒤 일본을 방문했던 경험 등을 동원해 임나일본부설을 반박했다. 충남도가 일본 구마모토(熊本)현과 오사카(大阪)부, 나라(奈良)현 등과 자매결연하면서 이 지역을 방문해 백제의 유적들을 확인한 경험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의 뿌리는 백제라고 하는 저 나름의 생각을 했다”고도 했다.

취재진이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 메시지인가, 개인적인 생각인가’라고 묻자 “우리 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했던 것들을 전하고 원론적인 차원에서 제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 총리는 또 홍윤기 전 충남도지사 정무특보가 쓴 ‘일본 속의 백제’ ‘백제는 큰 나라’ 등 책을 소개하기까지 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엄중한 비판이라면 단지 자신의 생각만 말할 게 아니라 총리직에 걸맞은 무게감을 갖췄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