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준설선들이 엄청난 양의 모래를 파내 물에 잠겨 있는 산호초 안쪽에 퍼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입수해 공개한 위성사진 모습이다.
위치는 필리핀 서부 팔라완에서 남동쪽 135㎞ 해상. 공식 지명은 필리핀·베트남·중국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속한 미스치프 환초(環礁)다.
이 환초 주변에서 500∼800명을 실을 수 있는 규모의 감시선들이 순찰 중이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준설 및 매립 작업으로 이 산호초는 완연한 섬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NYT는 중국이 멀게는 중국 연안에서 1600㎞나 떨어진 남중국해에 대한 실질적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얼마나 공격적으로 행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함대사령관은 최근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이곳에서 수개월 동안 준설장비와 불도저를 이용해 ‘모래장성’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건설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미스치프 환초 인근의 한 암초에서도 인공섬을 건설한 바 있다. 국제 군사정보 분석업체 IHS제인스는 지난해 11월 중국이 피어리 크로스 암초에 길이 3000m, 폭 300m의 인공섬을 건설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 암초는 미스치프 환초에서 서쪽으로 320㎞ 떨어진 곳으로, 중국은 이곳에 군함을 댈 수 있는 항만과 함께 전투기 활주로도 갖춰놨다. 미스치프 환초의 준설·매립 작업도 이곳을 군사기지화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미국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 사인을 보내고 있다. 미국과 필리핀, 호주는 오는 20∼30일 남중국해에서 병력 1만1740명을 동원하는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동원 병력이 지난해의 배 규모로 미군 6656명, 필리핀군 5023명, 호주군 61명이 각각 참가한다. 최소 92대의 군용기와 4척의 전투함이 참가하며 훈련 지역도 중국·필리핀이 영유권을 다투는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에서 220㎞ 떨어진 미 해군기지 등을 포함한다.
올해 훈련 규모가 커진 것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인공섬 건설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등의 반발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난사군도와 주변 해역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면서 “건설 및 시설보수 작업은 중국의 주권 범위 내에 있는 합법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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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권 분쟁’ 남중국해 점령하는 中 모래長城
입력 2015-04-10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