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을 사고파는 행위를 처벌하는 성매매특별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공개변론이 9일 열렸다. ‘건전한 성풍속’을 위해 법이 필요하다는 존치론자들과 ‘성적자기결정권’을 중시한 위헌론자들이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3대 성풍속 관련법 중 혼인빙자간음죄와 간통죄는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이미 사라졌다. 마지막 남은 성매매특별법의 존폐도 재판관들의 최종 결정만 남겨두게 됐다.
◇“성적자기결정권 침해” vs “건전한 성풍속 위해 필요”=위헌심판 대상이 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성을 거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법무부 측 대리인 최태원 검사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최고 가치를 지키기 위한 법”이라고 했다. 반면 성판매 여성 측 대리인 정관영 변호사는 “내밀한 사생활 영역에까지 국가가 형벌권을 가동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성판매 여성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고려대 박경신 교수는 “단지 성이 성스럽다는 이유로 상품화를 금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육체가 성스럽지만 마사지사를 처벌하지 않고, 교육도 성스럽지만 사교육을 처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법무부 측 최현희 변호사는 “성구매자가 판매자의 몸과 인격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직업선택 자유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실효성 공방도 이어졌다. 김강자 전 서울종암경찰서장은 “성판매 여성의 처우만 악화시켰고, 음성적 성매매만 늘었다”고 했다. 이에 최 변호사는 “성매매 집결지와 종사자 수가 감소하는 등 성매매 근절에 기여하고 있다”며 2002년 25조원에 달하던 성산업 규모가 2010년 6조9000억원으로 줄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이어 “신종 성매매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같은 변화 때문에 초래된 것이지 성매매특별법 때문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판관들은 성매매 규제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 질문했다. 성판매 여성 측 참고인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박 교수는 “성매수자만 처벌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럽을 비롯해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반면 김 전 서장은 일부 집창촌을 공창제로 운영해 그 안의 성매매는 처벌하지 않고, 그 외에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11년째 이어지는 논란=성매매특별법은 2002년 1월 전북 군산의 성매매 업소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당시 폐쇄된 공간에 감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받던 20대 여성 14명이 숨졌다. 성매매 근절운동이 번지면서 법은 2004년 9월 시행됐다.
제정 직후부터 위헌 논란에 시달렸다. 2004년 11월 첫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을 포함해 7차례 헌재 심판대에 올랐다. 헌재는 기각(합헌) 또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헌재가 최근 혼인빙자간음죄와 간통죄에 성적자기결정권을 강조하며 잇달아 위헌 결정을 내리자 일각에선 성매매특별법도 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또 앞선 헌법소원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의 당사자가 생계형 성판매 여성이라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위헌심판을 신청한 김모(44·여)씨는 2012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화대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한터전국연합 등 성매매 종사자들은 이날 헌재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탄원서에 서명한 882명은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매매에는 피해자가 없다”며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주장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헌재, 성매매특별법 첫 변론] “인간의 性 거래 대상 안돼… 건전한 성풍속 위해 필요”
입력 2015-04-10 03:18 수정 2015-04-10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