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前 경남기업 회장 북한산서 숨진 채 발견… 자원외교 비리 수사 ‘돌발 파장’

입력 2015-04-10 02:07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종 의혹을 해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구성찬 기자

자원외교 비리에 연루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북한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집에서 발견된 유서는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을 출발점으로 해외 자원개발 관련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경찰은 9일 오후 3시32분 서울 종로구 평창동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로부터 200여m 떨어진 지점에서 성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등산로에서 30여m 벗어난 곳이다.

경찰은 오전 8시6분쯤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씨로부터 실종신고를 받고 수색에 착수했다. 6분쯤 뒤 성 전 회장 아들도 서울 청담파출소를 찾아 실종 사실을 알리고 강남경찰서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았다. 성 전 회장은 오전 5시11분 금테 안경과 검은색 재킷, 흰색 야구모자 차림으로 강남구 청담동 자택 인근에서 택시를 타는 모습이 인근 CCTV에 잡혔다. 이어 5시33분 성북구 정릉동 북한산 북악매표소 인근을 지나는 모습이 종점에 주차돼 있던 마을버스의 CCTV에 찍혔다. 경찰은 마을버스 CCTV 화면을 시신 발견 직전인 오후 3시20분쯤에야 확보했다. 성 전 회장은 평소에도 북한산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실종신고 이후 경찰 1400여명, 탐지견 5마리, 헬기 3대를 동원해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위치정보가 파악된 평창동과 부암동, 북한산 일대를 7시간26분 동안 수색했다.

성 전 회장의 동생(52)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형이) 수사 관련 보도로 명예가 훼손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성 전 회장의 변호인 측도 “8일 저녁까지는 웃기도 하고 괜찮았다. ‘나는 떳떳하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은 유서에서 결백을 주장하며 “어머니 묘소 옆에 묻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를 받던 중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성 전 회장은 800억원대 사기대출과 회삿돈 250억원 횡령, 95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양민철 강창욱 이경원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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