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前 회장 사망] 검찰 수사 받다 목숨 끊은 역대 기업인·정치인 등 실태

입력 2015-04-10 02:02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처럼 기업인이나 고위 공직자가 검찰 수사를 받다 목숨을 끊는 사건은 되풀이되고 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지난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한 사람은 모두 83명이다. 이 중 공직자 등 화이트칼라 비율이 72%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간부였던 오모(63)씨는 지난 1월 ‘관피아’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자택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그는 컴퓨터에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기 싫다. 미안하고 괴롭다”는 글을 남겼다. 당시 대전지검은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인권침해에 대한 오씨의 이의 제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수사를 받던 유력 인사들이 자살할 경우 검찰은 통상 유감을 표명하면서 조사 절차에 문제점은 없었다는 설명을 한다.

수사 도중 목숨을 끊은 기업인 중 대표적인 사례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 비자금 의혹으로 대검 중앙수사부 조사를 받다 2003년 8월 4일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에서 투신했다. 2004년 3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형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한강에 투신했다. 박태영 전남지사도 2004년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 비리 연루 혐의로 조사받던 도중 한강에 몸을 던졌다. 이준원 파주시장은 같은 해 6월 전문대 설립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2005년 11월에는 국가정보원 도청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이 목을 매 숨졌다.

최근에는 ‘철피아’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지난해 7월 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예비역 해군 소장 함모씨는 지난 1월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해 수사받다 한강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윤의국 고려신용정보 회장은 지난해 11월 KB금융 통신사업 비리로 수사받다 한강에 투신했지만 경찰에 구조됐다. 법조계는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인들이 검찰 수사로 인한 정신적 압박과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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