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裸體)는 선정성이 아닌 인간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인간 몸에는 세상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이 있습니다.”
프랑스 국립안무센터 중 하나인 발레 뒤 노르의 예술감독 올리비에 뒤부아(43)가 화제작 ‘비극’(10∼11일 성남아트센터) 공연을 위해 내한했다. 철학자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서 영감을 받아 2012년 안무한 ‘비극’은 남녀 무용수 18명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전라(全裸)로 공연 내내 등장한다.
9일 서울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만난 그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인류의 비극”이라며 “인간성은 인간의 노력과 양심, 그리고 지성을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18명 무용수들은 바로 우리 자신을 포함한 다양한 인간군상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발레 뒤 노르를 이끌고 오는 것은 처음이지만, 뒤부아는 국내 무용 팬들에게는 꽤 낯익은 인물이다. 2006년 파격적 안무로 유명한 얀 파브르의 ‘눈물의 역사’ 공연 당시 무용수로 한국 관객을 만났다. 이후 첫 안무작 ‘지상의 모든 금을 위하여’를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올리며 모두 4차례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는 “처음 한국에서 공연했을 때 관객들이 나를 신기해하는 것을 느꼈다”며 웃었다. 170㎝가 안 되는 작은 키에 80㎏이 넘어 무용수로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체형인 탓이다. 해외 언론은 “레슬링 선수에 가깝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무대에 서면 대담한 표현력을 물론 몸 한계에 도전하는 고난도 테크닉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다 23살이란 늦은 나이에 무용을 시작했다. 이후 춤을 추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이끌려 앙줄렝 프렐조카주와 얀 파브르 등 현대무용계를 리드하는 안무가들과 작업했다. 뒤부아는 “내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감정에서부터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보편적인 가치를 찾는 것으로 귀결된다”면서 “‘비극’도 관객 각자에게 자신이 가진 인간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2년 아비뇽페스티벌에서 초연된 뒤 세계 7개국 40여개 도시의 무대에 올려졌던 ‘비극’이 아시아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그의 작품이 국내에서 공연됐을 때 찬사와 혹평이 공존했던 만큼 이번에도 격렬한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뒤부아는 “한국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나 역시 몹시 궁금하다”며 “내가 원하는 것은 관객들 스스로 자신만의 답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나체는 인간성 드러내는 도구일 뿐”… 佛 무용 ‘비극’ 안무가 올리비에 뒤부아 내한
입력 2015-04-10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