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 ‘경제’ 100번 언급하며 강조 ‘안보·정치’ 발언은 적어

입력 2015-04-10 02:52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경제로 시작해 경제로 끝났다. 연설 제목은 ‘대한민국 경제, 크게 보고 크게 바꿔야 합니다’였다. 1시간 남짓한 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는 100번이나 나왔다. 전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이 보수의 새로운 길을 내다보는 ‘망원경’이라면 문 대표의 연설은 디테일을 파고드는 ‘현미경’에 견줄 수 있다.

◇경제 100회, 소득 56회, 성장 43회=문 대표의 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가 100번 나온 것 외에 소득이 56회, 성장이 43회나 등장했다.

문 대표는 “이명박정부에서 시작한 부자감세 7년이 됐다. 지금 결과는 어떤가”라며 “재벌 대기업 금고만 채우고 국민의 지갑은 텅 비었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경제 담론으로 ‘새경제(New Economy)’를 내세우며 공정한 경제, 소득주도 성장, 사람 중심의 경제철학 세 가지를 제안했다.

문 대표는 공정한 경제와 관련,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도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동자 모두 힘을 합해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경제 방법론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재차 강조하며 “소득이 증가하면 그만큼 소비가 확대되고, 내수가 살면 일자리가 늘면서 성장이 이뤄지는 선순환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새경제의 철학과 관련,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며 “정부 예산은 물적 자본 형성이 아니라 인적 자본 축적을 위해 집중 투자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나 정치 현안에 대한 발언은 적었다. 문 대표는 안보와 관련해 “남북관계를 잘 풀어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 안보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나 북핵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연설에서 ‘정치’는 14회, ‘통일’은 1회, ‘복지’는 8회 언급되는 데 그쳤다.

◇디테일한 통계 제시, 정치인으로는 DJ와 루스벨트 언급=문 대표는 연설에서 청년실업률, 노인자살률 등 경제 복지 관련 통계를 소수점 이하까지 언급하는 등 디테일을 강조했다. 일례로 실질소득과 관련, “2000∼2012년 기간에 국민 전체 평균 실질소득은 9.9%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상위 10%의 평균 실질소득은 39.3%로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해외 최신 연구자료도 소개했다. 문 대표는 세계보건기구 2014년 자살예방 보고서, 미국 퓨리서치 등을 인용했다. 이렇게 ‘팩트’를 강조하는 연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참고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표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특권경제를 끝내겠다’는 말을 인용해 연설을 시작하고 끝을 맺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문 대표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호남을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노무현의 친구’인 문 대표의 연설문에서 김 전 대통령은 5회 나오지만 노 전 대통령은 1회만 등장했다.

문 대표는 또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공정한 부의 분배를 강조했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을 인용하며 경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표의 연설에 대해 “참 바람직한 방향”(안철수 의원) “아주 잘한 연설”(박지원 의원)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