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1분기 실적치 부진이 큰 영향”… 올 경제성장률 수정 배경

입력 2015-04-10 02:12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제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는 필부필부들의 막연한 기대는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거의 매년 실적치보다 높은 전망치를 내놓은 한국은행이 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실적치(3.3%)보다 낮은 3.1%로 수정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치 수정 배경에 대해 “2014년 국내총생산(GDP)이 다시 집계됐고, 특히 지난 1분기 실적치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데 주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소비 부진으로 인해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뎠고 부진한 수출도 성장률 하향 조정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 총재는 “4분기 성장률 부진은 세수 부족에 기인한다”며 “올해도 세수 부족이 어느 정도 예상돼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수 부족이 생기면 그해 성장률뿐만 아니라 다음 해 경제성장률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분기 재정지출이 부족한 데 따른 여파가 올해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이어 이 총재는 “추경의 집행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게 돼 있고 재정건전성도 무시할 수 없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경기회복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는 재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공식적으로 추경 편성에 대한 언급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 총재가 추경 편성론을 제기한 것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추가 기준금리 인하의 압박이 쏠리는 상황에서 공을 정부에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상승률 조정에 대해서는 “1분기 실적치가 낮아진 점, 국제유가가 지난번 예상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좀 더 추이를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2분기부터는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저유가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을 고려하면 완만하더라도 회복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저유가가 소비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저유가는 소비에 분명히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면서도 “소비 부진에는 경기 불확실성, 노후대비, 가계부채 상환 부담 등 다른 요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제전망 수정으로 한은은 지난 1년 동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1% 포인트나 낮추게 됐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제외하면 정부나 다른 예측기관의 전망치보다 훨씬 낮다. 이에 따라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낮아질 전망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