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혹독한 계절을 지나고 있거나 유난히 가파른 길을 오르고 있는가? 외로운 데 목마르기까지 해 드러눕고 싶은가? 경기도 고양 성광침례교회 유관재 목사가 최근 펴낸 ‘광야와 사막을 건너는 사람’을 펼쳐보자.
‘유관재(57)목사에게 배우는 사막을 건너는 법’. 낯익은 부제목이다. 스티브 도나휴가 쓴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을 연상시킨다. 저자는 자신의 얘기를 하기 전에 도나휴의 서문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인생이 산을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광야와 사막을 건너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산은 정상이 보입니다. 하지만 사막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상에 오르는 것은 목표 지향적입니다. 그 목표를 향해 가다 보면 옆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막을 건너는 것은 좌우를 살펴야 해서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 우리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갑니다.”(28쪽)
저자는 ‘우리의 삶이 사막을 건너는 것임’을 전제하며 도나휴가 제시한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 번째 방법은 뒤에 언급하기로 하고 두 번째는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가라’, 세 번째는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인생의 힘), 네 번째는 ‘혼자서 함께 여행하라’, 다섯 번째는 ‘캠프파이어에서 한 걸음 멀어져라’, 여섯 번째는 ‘허상의 국경에서 멈추지 마라’는 메시지다.
그렇다면 도나휴가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방법은 뭘까. ‘지도를 따라가지 말고 나침반을 따라가라’이다. 저자는 지도에는 산과 산맥의 이름이 있고 높낮이가 표시돼 있지만 사막은 그 어떤 표시도 없다고 했다. 사막은 바람이 한 번 불면 오른쪽에 있던 모래산이 다른 쪽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항상 변하는 곳이어서 지도보다 중요한 것이 나침반이라는 얘기다. 변하는 것에 기준을 두지 말고 변치 않는 것에 기준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생은 원래부터 광야와 사막의 ‘고독한 길’을 걷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저자는 실제로 사하라 사막 여행을 세 번이나 다녀왔다. 그곳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통찰력과 깨달음을 발견한 저자는 혹독한 인생길 속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책은 인간이 ‘유목민’이라는 삶의 방식에서 시작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구해야 하는 이유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사막을 건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가 전하는 16가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사막이 아닌 에덴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 이야기마다 그 이야기를 반추할 수 있는 찬양을 QR코드로 연결해 놓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사막 같은 인생을 에덴이 되게 할 실질적 대안을, 구체적 지침을 제시한다.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는 이 책에 대해 “이제 막 사막 여행을 시작한 청년, 사막 여행에 지친 중년, 그리고 사막 여행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여행 안내서”라고 추천한다.
저자는 진리가 우리의 인생을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를 끌고 가는 것은 말씀이 돼야 한다”면서 “그런데 느낌과 감정, 논리가 끌고 간다면 정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사막을 건너다 모래에 빠지면 타이어의 바람을 빼야 합니다. 접지면을 넓혀야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그처럼 우리도 인생을 살면서 힘을 뺄 필요가 있습니다. 쉼과 안식, 멈춤이 필요한 것입니다.”(205쪽)
“강물이 가 닿은 사막은 에덴”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인생의 나침반은 성경’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어디를 가더라도 먼저 하나님의 은혜를 구해야 한다”면서 “그럴 때 하나님의 기적과 능력, 삶의 기쁨과 행복이 무엇인지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목사일 뿐만 아니라 혼자 있는 고독을 즐길 줄 아는 목사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기도하고, 묵상하고, 연구해 힘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자신의 묘비에 ‘하나님을 온몸으로 사랑했던 사람, 맡겨진 양떼를 가슴 저리도록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쓰이길 원한다고 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목사가 되었다. 침례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아주사퍼시픽대학교(M.A., M.M.)와 애쉬랜드 신학대학원(D.MIN.)에서 공부했다. 저서로 ‘행복한 갤러리’ ‘버려야 할 단어들’ ‘찾아야 할 단어들’ 등이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책과 영성] 지도를 따라가지 말고 나침반을 따라가라
입력 2015-04-11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