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합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한국에 와서 사죄한 일본인 목사들도 많습니다. 일본 정부만을 바라보지 말고 한국교회가 민간차원에서 한·일 간 화해를 주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아라카와구에 위치한 동경희망그리스도교회에서 만난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동경지회 주진안(52·동경희망그리스도교회 장로·사진) 회장의 목소리엔 몇 년째 지속되는 한·일 냉각기에 대한 답답함이 묻어 있었다. 주 회장은 “한국교회가 일본으로부터 받은 상처만 가지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과거의 아픈 상처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욘사마’ 열풍으로 시작된 한류 덕분에 한국과 일본은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며 우호적인 관계를 몇 년간 이어왔다. 그러나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관계에 먹구름이 끼었다. 주 회장은 “몇 년 동안 일본에서 사업하거나 거주하는 한국인의 피해가 막대하다”며 “지금은 일본인과의 일상적인 관계까지 불편해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주 회장은 생계에 위협을 받거나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이 귀국하면서 한인교회 규모가 위축되고 일본 내 선교까지 타격을 받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 회장은 “한국은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힘을 길러야 한다”며 “힘이 없으니까 (독도 도발과 역사 부정 등)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회장은 CBMC 동경지회 3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한 달에 두 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기도모임을 갖고 있다. 그들은 각자 섬기는 교회와 대한민국의 평안, 그리고 평화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주 회장은 “한·일 크리스천 기업인과 종교인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만들어야 한다”며 “민간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독도 도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한다면 그것이 양국 간 화해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한국교회, 韓·日 화해 메신저 역할을” 한국CBMC 동경지회 주진안 회장
입력 2015-04-10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