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상당수 집창촌은 존립 자체가 어려워져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여성들도 대부분 30∼50대로 생계형이 주류인 데다 손님들의 발길도 끊어져 한산했다. 곧 재개발로 사라지게 되는 곳도 적지 않다. 이는 성매매특별법과 지속적인 단속 효과로 보인다. 그러나 오피스텔이나 노래방, SNS를 통한 성매매가 음성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별도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쇠락해가는 부산 ‘완월동’ 홍등가=부산 충무·초장동 일대 집창촌인 ‘완월동’ 홍등가는 8일 오후 11시쯤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개점휴업’ 상태였다. 업주 김모(60·여)씨는 “폐업을 하고 싶어도 빚 때문에 어찌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건물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이자를 갚고 있지만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고통스럽다고 했다. 완월동 업주들은 대부분 김씨와 같은 처지라고 했다.
종업원(아가씨) 소개비와 선불금을 가로챈 악덕 소개업자들 때문에 업주들마다 수천만원씩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11년이 지난 요즘 완월동은 쇠락해가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 생겨나 한때 200여개 업소와 3000여명의 종업원이 있었으나 이제 40여곳, 150여명으로 줄었다.
그리고 20대가 주류였던 종업원은 30대 후반∼50대 초반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대부분 ‘생계형’이라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남편과 이혼하고 두 자녀를 키운다는 40대 종사원은 “아이들 학비와 용돈을 위해 몰래 일하고 있다”며 “막장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업주들은 성매매특별법으로 성매매가 오피스텔 등 음성적인 곳으로 옮겨갔다고 주장했다. 업주 이모(65)씨는 “부산의 경우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집창촌 외에 지하 업소와 종업원이 오히려 20∼30배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자갈마당’ ‘용주골’ ‘대인동’도 명맥만=한때 유명했던 집창촌인 대구 자갈마당과 광주 대인동, 파주 용주골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구 도원동 자갈마당에는 ‘ㄷ’자 형태의 골목에 50여개 업소가 있었지만 불을 밝힌 곳은 20여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20여분 동안 남성 1∼2명이 골목을 지날 뿐이었다. 한 업주는 “경찰이 단속을 나와도 손님이 없어 그냥 돌아간다”며 “최근 정부의 집창촌 폐쇄 정책 발표 후 더 썰렁해졌다”고 말했다.
자갈마당 종사자 대표 B씨(42·여)는 “이곳에는 아이 학원비, 부모 병원비 벌려고 일하는데 자갈마당을 폐쇄하는 것은 우리보고 음지로 들어가라는 얘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밤 10시쯤 광주 대인동 모 백화점 주차장 인근 도로에서는 진한 화장을 한 여성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흰색 치마와 상의를 입은 여성 20∼30명이 속칭 ‘유리방’을 나와 행인과 차량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했다.
현재 대인동에는 유리방 형태의 성매매 업소가 등록·무등록을 포함해 20여곳이 영업하고 있다. 광주 월산동 ‘닭전머리’ 일대도 10여곳이 영업 중이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업소 수가 크게 줄었고, 손님이 거의 없어 명맥만 유지하는 정도로 보였다.
경기도 파주의 ‘용주골’도 눈에 띄는 사람이 거의 없이 썰렁했다. 30대 종업원에게 “손님이 있느냐”고 말을 걸자 “외국인 노동자가 주로 오고, 손님이 하루 평균 5명도 안 된다”고 말했다.
용주골은 1990년대 전성기에는 성매매 업소가 200곳이 넘었는데 지금은 70곳 정도가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 19만㎡에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용주골도 머잖아 폐쇄될 전망이다. 성매매특별법과 도시 재개발 바람, SNS 등 새로운 흐름에 집창촌도 사라져가고 있다.
부산·대구·광주·파주=윤봉학 최일영
장선욱 정수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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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성매매특별법 첫 변론] 불꺼진 홍등가… 오피스텔·SNS 통한 성매매는 확산
입력 2015-04-1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