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턱밑에 군함·정찰기 보내 긴장 높이는 러… 군함 2척 쿠바 등 근해 배치

입력 2015-04-10 02:52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감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상대의 인근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벌이거나 무력시위를 하는 경우가 잇따라 신냉전시대의 ‘일촉즉발’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윌리엄 고트니 미군 북부사령관은 러시아 군함 2척이 미국 앞바다에 배치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8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미 언론들이 전했다.

고트니 사령관은 “러시아 군함이 쿠바와 베네수엘라 근처에 있다”면서 “러시아 장거리 비행 편대가 캐나다와 미국 알래스카, 유럽 영국해협 등지에서 목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에서 러시아 비행기가 목격된 것은 이례적이다. 더불어 고트니 사령관은 “러시아 장거리 크루즈미사일 공격 범위가 미 알래스카와 캐나다의 주요 본토 방어시설까지 미칠 수 있다”면서 “러시아의 정찰비행 횟수도 크게 늘어 북미 지역 안보가 위협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과거 소련군보다 훨씬 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도 언급해 미국이 러시아의 도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경제제재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두고 계속되는 신경전 속에서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중순에도 러시아는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 중인 북유럽 발트해 인근 북해함대에 비상 경계령을 발동하고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하면서 북대서양에 긴장감을 높였다. 러시아는 발트3국 인접 지역과 크림반도에 각각 신형 미사일과 핵폭격기를 배치할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EU에 힘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군사력을 통한 위협 외에도 아시아 남미 그리스 지역 국가들과 협력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에너지,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손을 잡으며 이들 국가들과 ‘밀월’을 즐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신들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해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국은 핵에너지와 국방 분야 협력 강화, 통상·투자 확대 방안 등에 관해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전날에는 ‘EU의 문제아’ 그리스와도 만나 러시아가 주도하는 새로운 유럽행 가스관(터키 스트림)에 그리스가 참여하는 방안과 금융 분야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 북한과도 최근 반서방 기치 아래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면서 미·소 냉전시대로 돌아가려 한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