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미·일 ‘밀월’에 중국마저… 한국만 외톨이 신세될라

입력 2015-04-10 02:05
중국과 일본이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 친구처럼 사이가 좋아졌다고는 볼 수 없지만 과거처럼 으르렁대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이 ‘신 밀월기’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한때 일본을 앞에 두고서는 함께 행동했던 중국이 ‘변심’을 하면서 한국만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일 양국은 2012년 9월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국유화 이후 중단됐던 의회 교류를 3년 만에 재개했다. 지빙쉬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격)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전인대 대표단은 9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일본 도쿄를 찾아 일본 의원단과 만남을 가졌다. 지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후 70년을 맞는 올해가 일본은 주변국과의 관계증진 기회를 맞는 1년이 되기를 바란다”며 “특히 역사 문제에 대해 선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NHK방송이 전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의회와 정당뿐 아니라 양국 국민 간 교류를 두텁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정상끼리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부 당국 간 안보대화도 지난달 19일 도쿄에서 열렸다. 차관보급인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와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외무심의관은 안보대화에서 우발적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해상 연락 메커니즘’을 조기 운용하기 위한 작업을 가속화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1993년 12월 시작된 중·일 안보대화는 2011년 1월 중국 베이징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뒤 중단돼 왔었다. 안보대화에 앞서 지난달 15일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유엔 방재회의를 계기로 리리궈 중국 민정부장이 일본을 방문해 각료회담을 했고, 오는 11∼12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에는 중국의 리진자오 국가여유국(관광국) 국장이 참석해 일본과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중국과 일본의 고위급 교류는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으로 안전히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국의 첫 정상회담 이후 서서히 회복하는 추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총리는 30분 정도의 짧은 만남을 가졌지만 이후 많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사실상 참여하기로 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정상 국가 간 관계 안정화로 봐야 한다”며 “‘평화발전론’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이웃 일본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을 통해 ‘중국 위협론’이 다시 불거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이종선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