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 사업은 정옥근 해군참모총장의 동기생이 참여하는 사업이니까 신경 써서 잘 도와줘라. 총장하고 관계가 좋아야 내가 진급할 수 있으니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황기철(58·사진) 전 해군참모총장(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은 2009년 1월 방사청 상륙함사업팀장인 오모(58·구속기소) 전 대령에게 여러 차례 이렇게 지시했다. 정 전 총장의 동기생인 ‘로비스트’ 김모씨가 황 전 총장과 오 전 대령을 찾아가 “H사가 통영함 음파탐지기를 납품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을 한 직후였다. 김씨는 음파탐지기 납품업체 H사로부터 로비자금 4억3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 관계자는 “황 전 총장이 정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김씨의 부탁을 들어주면 진급에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전 총장은 오 전 대령과 공모해 군 요구 성능기준을 H사 제품에 맞추는 등 납품업체 선정과정에서 특혜를 줬다. 이들은 H사 제품이 1960년대에 건조된 평택함 등 구형 구조함에 들어간 제품 수준이라는 걸 알면서도 공문서를 위조해 마치 최신 장비인 것처럼 꾸몄다. H사가 방사청에 필수적으로 내야 할 서류들을 제출하지 않는데도 황 전 총장은 부하직원들에게 “총장님 관심사항이니 적극적으로 일을 진행시켜 연내에 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방사청은 계약을 체결하고 2013년 6월까지 340만1000달러(약 38억1242만원)를 H사에 지급했다.
황 전 총장은 H사를 밀어준 뒤 고속 승진했다. 그는 동기생인 소장 진급자 5명 중 유일하게 방사청에 소속돼 있었다. 방사청은 해군본부와 달리 후방부대로 평가받는 곳이라 진급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황 전 총장은 2010년 6월 중장으로 진급한 뒤 요직인 해군 작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2013년 9월에는 해군 수장인 참모총장에 올랐다.
합수단은 H사를 납품업체로 선정시켜준 대가로 고속 승진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황 전 총장과 김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정 전 총장의 영향력 행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합수단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황 전 총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합수단은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한 오 전 대령에 대해서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이날 추가 기소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통영함 납품 비리’ 황기철 前 해군참모총장 구속기소 진급 욕심에… 특정업체 밀어주기
입력 2015-04-10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