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소양강 처녀’ 탄생 주역은 바로 우리”… 노랫말 속 주인공 극적으로 만나

입력 2015-04-10 02:47
소양강 처녀의 두 주인공인 박경희씨(오른쪽)와 윤기순씨가 9일 강원도청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강원도 제공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 노랫말 속 주인공인 두 여인이 9일 한자리에서 만났다. 노래 속 실제 주인공인 박경희(65)씨와 윤기순(62)씨는 강원도청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소양강 처녀’의 배경인 춘천에 이야기를 입혀 관광명소화하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두 여인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자리에는 두 여인의 사연을 직접 듣기 위해 최문순 지사와 최동용 시장이 함께했다.

두 여인은 서로 사연은 다르지만 노래 가사를 쓴 고 반야월 선생과의 추억을 또렷이 기억했다. 윤씨는 1990년 반 선생이 TV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양강 처녀의 주인공으로 윤씨를 거론하면서 공식 ‘소양강 처녀’로 인정받았다. 그녀는 1968년 가수의 꿈을 품고 상경, 반야월 선생이 소속돼 있던 ‘가요작가동지회’에서 노래를 배웠다.

그녀는 “반야월 선생님 등 일행과 물고기를 잡아 어죽을 끓여 먹으며 섬(고산)에서 반나절을 보냈다”며 “당시 소양강에 옅은 물안개가 끼고 소나기가 쏟아지는 인상적인 풍경을 보고 가사를 쓰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70년대 자신의 음반을 냈지만 주목받지 못해 밤무대 가수로 전환해 활동하다 2006년 4월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1967년 3월 당시 18세로 춘천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씨는 소양1교 인근에서 호수여관과 선박업을 운영하던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당시 반야월 선생은 이 여관에 한 달가량 머물며 곡을 썼고 소양강 상류 작은 섬인 고산이라는 곳을 자주 찾았다.

박씨는 반야월 선생을 섬까지 한두 차례 배로 데려다줬다. 이후 반 선생은 “너의 사연을 노랫말로 썼으니 나중에 레코드가 만들어지면 춘천에 와서 전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호수여관을 떠났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또 반야월 선생도 생전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양강 처녀는 어느 특정 인물의 얘기를 쓴 게 아니라 소양강 인근에 살던 모든 처녀를 주제로 한 것”이라고 밝혀 박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도와 시는 춘천 소양강 일원에 ‘소양강 처녀’의 이야기를 입혀 관광명소화할 계획이다. 시는 소양강처녀상 인근에 소양강 스카이워크 조성, 수상레저시설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창작 뮤지컬 제작, 소양강 처녀 선발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소양강 처녀는 반야월 선생의 가사에 1970년 이호 선생이 곡을 써 만들어졌고, 그해 가수 김태희가 발표해 10만장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