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인 지난 2∼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세족목요일, 성금요일 예식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전 국민이 눈물을 흘린 사건이자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의 상처로 남아 있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NCCK 관계자와 100여명의 예배 참석자들은 진도에서 10㎞를 걸으며 유가족들의 고난에 동참했습니다. 성금요일에는 배를 타고 진도 앞바다의 세월호 침몰 현장을 찾아 뜨겁게 기도했습니다.
NCCK가 앞장서서 의미 있는 일을 했지만 정작 이를 취재한 기자들은 7일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성명서 첫 문단은 이렇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추진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선상예배’ 취재 과정에서 빚어진 교회협 실무 책임자의 폭언에 대해 출입기자단은 ‘한국교회 언론에 대한 경시에서 비롯된 사태’라고 보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바이다.”
성명서 내용처럼 강도당한 자를 위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은 NCCK 일치와 협력을 담당하는 A국장의 폭언을 들었습니다. 당시 NCCK는 3일 오전 2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고깃배 5척을 띄웠습니다. 기자들은 모두 세월호 가족과 설교자가 탑승하는 배에 오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2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전부 한 배에 탈 수는 없어 촬영기자와 이를 보조해줄 소수 인원만 오르기로 하고 대상자까지 정했습니다.
그러나 배를 탈 때가 되자 A국장은 뒤늦게 현장에 온 지상파 방송과 외신기자를 3명씩 태웠습니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이들이 승선하면서 탑승 인원이 넘쳤습니다. A국장은 이때 한 교계 방송 기자를 지목했습니다. 폭언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A국장은 “야 너 나와, 너 내려, 내리라고”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해당 기자는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내렸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던 다른 목회자의 권유로 그가 다시 배에 오르려고 하자 A국장은 “너는 안 태워. 태우려면 다른 애를 태울 거야. 네가 가지고 있는 (언론사를 배경으로 한) 힘으로 행패 부리는 거야”라고 몰아세웠습니다. 기독교 언론을 하대(下待)하는 A국장의 언행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건이 터진 지 며칠 지났지만 A국장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NCCK는 올해 ‘언론 공공성 회복’ ‘언론의 독립성·자율성 확보’를 부르짖으며 언론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NCCK는 바른 언론 문화 조성을 외치기 전에 스스로가 기독교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겠습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미션쿡] 씁쓸한 진도 팽목항 현장… 언론위원회 만든 NCCK, 간부는 기자에 폭언
입력 2015-04-10 02:57 수정 2015-04-10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