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 아들 “세월호 계기 달라지는 한국 모습 보고싶어”

입력 2015-04-10 02:48
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들이자 오드리헵번어린이재단 설립자인 션 헵번(오른쪽 두 번째)이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드리 헵번의 아들 션 헵번은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오드리헵번어린이재단 설립자인 그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4·16가족협의회,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전남 진도에 ‘세월호 기억의 숲’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었다. ‘세월호 기억의 숲’은 팽목항에서 4.16㎞ 떨어진 진도군 백동 무궁화 동산에 3000㎡ 규모의 은행나무 숲으로 조성된다. 헵번 가족이 기부한 5000만원 등을 재원으로 30그루를 먼저 심고 이후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확대할 계획이다.

트리플래닛은 ‘세월호 기억의 숲’에 건축가인 양수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재능기부로 추모 시설물 ‘세월호 기억의 방’도 세운다. 기억의 방에는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의 이름,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이 직접 작성한 메시지 등이 각인된 상징물이 설치된다.

션 헵번은 세월호를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30여년 전 한국에서 ‘오, 인천’이라는 영화를 만들며 처음 영화 일을 시작한 인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30여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한국에서 탐욕을 부리는 기업과 교육이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가들이 너무 많은 것을 원하다 보니 이런 사고가 난 것 같다”며 “왜 아이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그런 지시를 받고 그대로 지키고 앉아 있었는지…”라고 말했다.

션 헵번은 “이런 모습이 변해가는 것을 보고 싶어 다시 찾아오게 됐다”고 했다. “배에 남아 있는 실종자들이 나와야 유가족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실종자들의 시신 수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종된 단원고 조은아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인) 우리에게도 유가족이라는 이름표를 달아 달라고 사정한다”며 “정치나 이념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사람 대접을 해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