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 대표연설 둘러싼 여당 내부갈등 실망스럽다

입력 2015-04-10 02:33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임시국회나 정기국회에 임하는 당의 입장을 국민에게 밝히는 장(場)이다. 대통령으로 치면 시정연설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대표연설을 한다. 연설문을 작성할 때도 당내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조언하고 내용을 조율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반 의원들의 국회 대정부 질문과 달리 사견이 아닌 당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연설이어서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당의 공식 입장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말이다.

새누리당이 “보수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시끄럽다. 새누리당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날 때마다 관례적으로 하던 대변인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꼭 당의 방침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친박’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9일 “유 원내대표 연설의 일부 내용은 원내대표가 되기 전에 가졌던 학자로서의 견해, 개인의 소신”이라며 “당내 조율이 끝나지 않은 사안을 언급한데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소속 정당, 그것도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 내부에서 깎아내리는 보기 드문 광경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적잖은 국민들이 신선하고 파격으로 느낀 유 원내대표의 ‘신보수’ 노선이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인지 아닌지 헷갈려하고 있다. 원내대표의 국회연설을 같은 지도부인 대표와 최고위원이 사견이라고 반박하는 코미디 같은 현상은 새누리당의 소통 부재를 자인하는 셈이다.

연설문에 당 방침과 다른 내용이 들어있으면 사전에 걸러냈어야 했다. 대표나 최고위원쯤 됐으면 국민을 상대로 한 대표연설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꼼꼼히 챙겼어야 옳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사후약방문으로 뒤늦게 이러쿵저러쿵 군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지도부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유 원내대표 또한 충분한 당내 의견수렴 절차 없이 독단적으로 연설한 데 대한 당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그가 밝힌 ‘진영의 창조적 파괴를 통한 합의의 정치’에 공감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유 원내대표 노선에 딴죽을 걸 게 아니라 뒷받침하라는 게 다수 국민의 바람이다. 그대로만 되면 선진정치 진입은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