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케냐 마라토너 귀화 추진 괜찮나… 도핑 징계로 현 규정상 선발 불가능해 논란

입력 2015-04-10 02:34

피부가 검은 아프리카의 마라토너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을 보게 될까?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마라톤이 케냐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사진)를 귀화시켜 국가대표로 기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마라톤의 영광을 귀화 선수가 이어가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과 귀화 선수를 앞세워서라도 부진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 있다. 또 현재 규정대로라면 에루페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참가가 불가능해 귀화 논란은 확산될 조짐이다.

에루페의 대리인 오창석(53)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9일 “에루페가 지난 7일 충남체육회와 계약했다”며 “다음주 한국에 들어오면 예술흥행비자(E6)를 신청하는 등 귀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루페는 2011년 케냐 뭄바사 마라톤대회에서 데뷔, 2시간12분47초로 1위에 오른 이후 4번의 풀코스 대회를 잇달아 석권했다. 2012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선 한국 마라톤 대회사상 가장 좋은 기록인 2시간5분37초로 우승했다. 이때부터 국내 육상계는 에루페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한국 마라톤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손기정 우승·남승룡 3위)과 50년 보스턴마라톤(함기용 우승·송길윤 2위·최윤칠 3위)에 이어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황영조 우승)과 96년 애틀랜타올림픽(이봉주 2위)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한국 마라톤을 부활시킬 인물이 절실해진 것이다.

카타르, 바레인 등 ‘오일 머니’를 앞세운 중동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도 귀화 마라토너를 국제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귀화 선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에루페가 올림픽에서 우승할 경우 과거 한국 선수들이 일군 쾌거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대한육상경기연맹은 법무부의 귀화 추진 과정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에루페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선 넘어야할 산이 있다. 그는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으로 2012년 말 자격 정지 2년이라는 처분을 받고 2014년 말 복귀했다. ‘징계 해지 후 3년이 지나야 대표 선수로 뛸 수 있다’는 대한체육회 대표 선발 규정이 바뀌지 않으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 에루페는 당시 케냐에서 말라리아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 이게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