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충남 당진 기지시의 줄다리기 행사는 대단하다. 거대한 줄에 작은 줄을 길게 잇고 해마다 1만여명이 참여해서 줄을 당긴다. 줄의 길이는 약 200m, 지름 1m, 둘레 1.8m. 펼쳐놓으면 어마어마하다. 볏짚으로 수백가닥 줄을 꼰 다음 다시 합쳐 꼬아서 이런 줄을 만든다. 줄은 암줄과 수줄이 있다. 통나무 비녀장으로 연결한 무게를 합하면 40t이나 된다.
기지시(機池市)는 내포지방의 틀못이 있는 시장이다. 내포는 바닷물이 내륙 깊이 들어온 포구를 말한다. 서해의 산물과 내륙의 물산이 교환되는 장소가 기지시였다. 여기서 벌어지는 줄다리기는 한 해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500년 전통의 잔치가 됐다.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는 9일 시작됐다. 절정은 12일 오후 4시 벌어지는 줄다리기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먼저 놀이마당으로 줄이 나가면서 길놀이가 벌어진다. 의여차! 의여차! “의롭게 가고 또 가자.” 수줄은 앞서고 암줄은 뒤에서 흥겹게 행차한다. 당진시 김성수 학예사는 “줄다리기 과정은 계절의 순환 의미가 담겨져 한 해의 농사와 같은 구조로 짜여졌다”고 말한다. 올 연말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과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공동등재가 유력하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오백년 역사, 기지시줄다리기
입력 2015-04-10 02:10 수정 2015-04-10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