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성] 바울과 함께 복음여행… 떠나자! 지중해로

입력 2015-04-11 02:24

성경의 위대한 인물은 대부분 ‘여행의 고수’였다.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 하란, 가나안 땅, 이집트를 넘나들었다. 모세는 40세에 이집트에서 탈출해 오랜 기간 미디안 광야에서 양떼를 몰고 떠돌아다녔다. 출애굽 때에는 가나안까지의 광야길을 거뜬히 완주해내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60만 명이 훨씬 넘는 무리를 인솔하고 다닌 신약 시대의 대표적인 두 인물, 예수 그리스도와 바울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자랑하는 여행가들이었다. 예수는 문자 그대로 “두루 다니셨다.”(마 9:35) 소아시아와 그리스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스페인까지 가려고 했던 바울도 여행가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였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고,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는 자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가 한 말이다. 한 페이지만 읽어서는 책 전체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소리다. 한 곳에 머문 자는 세상의 극히 일부만 아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는 기독교로 회심한 후에는 북아프리카 히포에서 오랫동안 주교로 활동했다. 여러 곳을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경험을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우구스티누스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로마 사람들은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라고 했다. 지중해는 신앙의 바다이기도 하다. 유대교와 기독교뿐 아니라 이슬람교까지도 지중해 유역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각 종교의 신자들은 지중해를 이용해 순례 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이 책의 저술 목적은 긴 세월 동안 문화·종교·사상 교류의 매개 역할을 해온 ‘지중해’의 입장에서, 바울이 방문한 소아시아 주변의 섬들을 소개하려는 것이다. 역사적 설명이 조금 장황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지중해의 역사와 문화, 종교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사족임을 저자는 밝힌다. 이 책은 ‘바울과 함께 걷는 성지순례’ 후편에 속한다. 전편이 바울이 다녀간 에게 해 주변의 15개 도시들에 대한 것이라면 이 책은 키프로스와 레반트 지역의 섬들을 다룬다.

헤르만 헤세는 그의 시 ‘생의 계단’에서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고 했다. 배낭을 짊어지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자의 반, 타의 반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