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해 전, 성령께서는 내가 섬기고 있는 드라마선교단 지체들을 통해 앞으로 이루실 비전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셨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불가능한 형편과 상황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놀랍게도 그 비전은 우리 삶 가운데 점진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했고, 오늘에 이르렀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당신의 크고 비밀한 비전을 이루기에 우리 믿음은 너무 작아 보였고, 그릇도 작았나 보다.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 그에 걸맞은 도구로 우리를 계속 빚고 계시는 것을 보면 말이다.
훈련의 시간이 오래 지속되노라니 이제는 모든 지체의 나이도 제법 많아져 때때로 나이가 주는 두려움에 절망할 때도 있다. 축구 경기를 보면 전반전에 아무리 고전을 면치 못한다 할지라도 후반전 슛이 터져 나온다면 하늘을 뒤흔드는 함성과 함께 기립갈채를 받는다는 사실이 나에겐 놓치고 싶지 않은 위안이 된다. 기왕 받을 훈련이라면 치열한 훈련과정이 고되고 지쳐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만치 힘들지라도 곧 터져 나올 슛을 생각하며 지금을 견뎌내고 싶다.
세 번의 뇌를 가르는 수술 이후 고통의 순간들마다 나는 317장 찬송을 부르며 번번이 힘을 얻고는 했다. 특히 “복된 항구에 즐거이 가서 그 언덕에 쉬리라”는 3절 가사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부를 때마다 내게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용기와 소망을 주었다. 그러고 보니 찬송 가사처럼 어느 새 복된 항구의 언덕 위에 서서 풍랑이 잔잔해진 바다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는 오늘의 나를 발견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는 사도바울의 고백은 가감할 수 없는 진리의 말씀이다.
박강월(수필가, 주부편지 발행인)
[힐링노트-박강월] 비전을 이루시기까지
입력 2015-04-11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