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후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다. 그 고난의 시간 동안 유가족들 곁을 지키며 함께 아픔을 나눴던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 시간은 이들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평범한 주부를 '거리의 투사'로, 일반 목회자를 현장 목회자로,
사회복지사를 준비했던 대학생을 인권 변호사를 꿈꾸게 만들었다. 우리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 아홉 명을 기억하고 있다.
이제 절망 속에 건져올린 나침반을 들고 항로를 벗어난 '세월호'가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울며 기도해야 한다.
"지금 우는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웃을 것임이요."(눅 6:21)
‘리멤버 0416’ 오지숙(39) 대표. 그야말로 평범한 주부에서 ‘1인 시위 앵그리맘’으로 거듭난 다섯 아이의 엄마다.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네버엔딩스토리 0416’ 뮤직비디오 제작자로 변신 중이다. 9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1인 시위 중에 만난 오 대표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오 대표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 아픔을 당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임을 상기시키고 국민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대중가요 네버엔딩스토리가 안성맞춤이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담은 애절한 가사에 이승철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 오 대표는 엄지와 검지를 튕기며 곧바로 뮤직비디오 시놉시스 초안을 만들었다.
제작비는 국민모금 형식을 취할 계획이다. 제작 과정은 ‘네버엔딩스토리0416’ 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공유할 계획이다. 일반인들의 동참도 대환영이다. 완성된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해 일상을 잃어버린 우리 이웃의 결코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온 세상에 전할 생각이다.
그는 시위대 근처에도 가지 않는 평범한 인물이었다. 대학 다닐 때나 졸업 후 한참 동안 공부(사법시험)밖에 몰랐었다. 그러다가 믿음의 기업에 들어가 운동권이었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그의 성향은 변하지 않았었다. 다섯 아이를 키우는 일밖에 몰랐던 그녀를 ‘거리의 투사’로 나서게 한 것은 운동권 출신 남편이 아니라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성경 말씀이었다.
남편의 반대로 몇 차례 중단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대화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한 오 대표는 회원들과 함께 주 3∼10회 서울 지역 주요 공공기관 앞에서 여전히 피켓을 들고 있다.
“끝나지 않는 세월호의 아픔을 담은 영상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그룹 ‘부활’의 김태원씨에게 음원 사용승낙을 얻었고요. 편곡해주실 분도 만났습니다. 문제는 촬영감독인데요, 좋은 분 추천 좀 해주세요.”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미션&이슈-세월호 참사 1년 크리스천 3인이 말하는 그후] 아픈 우리 이웃 이야기 뮤직비디오로 남길 것
입력 2015-04-11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