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때문에 궁지에 몰린 그리스의 발걸음이 급기야 러시아로 향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상환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에서는 경제난 극복을 위한 러시아 차관 도입 문제와 러시아산 가스 공급가격 할인,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대한 농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해제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러시아 매체 코메르산트도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그리스와 가스가격 할인 문제는 물론 그리스 자산 등을 대가로 차관을 제공하는 것도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차관 제공 조건으로 거론된 자산으로는 그리스 가스공사(DEPA)와 그리스철도(OSE) 자회사 트레인OSE, 아테네와 테살로니키의 항구에 대한 지분 등이다. 치프라스 총리가 러시아를 찾은 것은 9일에는 4억5800만 유로(약 5473억원), 14일에는 14억 유로(1조6729억원)의 빚을 해외 채권자들에게 상환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막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리스 공공부채관리기구(PDMA)는 이날 6개월 만기 단기국채 11억3750만 유로(약 1조3473억원) 발행에 성공함에 따라 일단 디폴트 우려를 해소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대치해온 러시아를 지렛대로 활용해 자국의 채무 위기를 풀어가려는 치프라스 총리의 셈법에 서방국가는 일찍부터 적극적인 견제에 나섰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지난 4일 “치프라스 총리가 러시아에 대한 EU의 정책을 위협한다면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도 7일 ‘그리스는 푸틴을 경계하라’는 제목의 사설로 그리스를 압박했다. NYT는 채무상환 자금 마련과 경제난 타개 등의 만만찮은 과제를 떠안은 그리스로서는 러시아의 도움에 구미가 당기겠으나 이는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그리스 총리, 푸틴에 SOS… 서방국들은 심기불편
입력 2015-04-09 03:03